[인터뷰]대창 팔던 사장님, 오겹살로 성공하다

by김무연 기자
2020.12.22 05:30:00

구미나 돈팡 대표, 김진영 위메프MD 인터뷰
품질 자신있던 돈팡, 마케팅 및 채널 확보에 난항
위메프 권유로 아이템 변경 후 월 매출 900%↑
브랜드만의 강점과 제품 균일화에 힘써야 생존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불과 1년여 만에 월 매출이 4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훌쩍 뛴 기업이 있다. 돈육가공품 유통업체 ‘돈팡’이다. 경영, 마케팅 업력이 없는 ‘초짜’들이 뭉쳐 만든 이 기업은 창사 2년 만에 연 매출 5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돈팡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성장을 했던 것은 아니다.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유통과 마케팅에 노하우가 없다 보니 기업 운영이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그 시기 돈팡은 위메프와 만났다. 부족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온라인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돈팡과 위메프는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의견을 주고받으며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데일리는 최근 구미나 돈팡 대표와 돈팡을 담당한 김진영 위메프 상품기획자(MD)를 만나 초보 신선식품 사업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구미나 돈팡 대표(사진=위메프)
구미나 돈팡 대표는 7년간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다 창업을 한 초보 기업인이다. 그는 “여행, 항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이커머스의 성장세를 눈여겨 봤다”라며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창업 관련 강연을 접하고 신선식품 시장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돈팡은 도매업자들이 취급하던 돈육 제품을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소포장 판매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구 대표는 육가공업체를 운영 중인 친척에게 온라인 시장 전문 브랜드를 만들자 제안했고 2018년 한돈 전문 브랜드 ‘돈팡’을 설립했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도 경쟁 업체들보다 낫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입소문을 타면 온라인 시장 안착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날로 경쟁이 심화하는 신선식품 시장에서 제품의 품질만으론 살아남긴 어려웠다. 급한 마음에 회사 규모에 맞지 않는 마케팅 비용을 온라인 홍보에 쏟으며 인지도를 올리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매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구 대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상태에선 온라인 마케팅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서 “당시에는 사업을 더는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때 협업을 제안한 곳이 바로 위메프다. 위메프는 돈팡이 ‘한돈 인증업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가격에 민감한 온라인 시장에서는 비교적 고가인 한돈은 선호 식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위메프 축산 카테고리를 담당하던 김진영 상품기획자(MD)의 생각은 달랐다. 김 MD는 “대형마트에서 수입 돈육을 찾는 소비자도 있지만 국내산, 특히 한돈 인증을 받은 고급 돈육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라며 “한돈 수요가 온라인에서도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진영 위메프 상품기획자(사진=위메프)
김 MD는 돈팡을 소비자들에게 많이 노출해 인지도를 높이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커머스에선 저렴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신뢰도가 구매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돈팡은 막창 등 양념육을 주로 생산해 유통하고 있었다. 수요가 한정적인 부위여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김 MD는 구 대표에게 삼겹살과 오겹살로 주요 상품으로 바꾸고 하위 옵션에 이를 활용한 가정대체식(HMR) 상품들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고객이 많이 찾는 상품을 취급해 신규 고객 숫자를 늘리는 방식이 회사의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돈팡은 지난해 초부터 한돈 생오겹살, 한돈 제주식 통목살, 한돈 돼지불백을 내놓으며 변화를 시도했다.

돈팡의 변화는 성공했다. 한돈 삼겹살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매출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9월 한 달간 매출 4억원을 달성했다. 입점 초기 대비 약 900% 매출이 신장했다. 올해에만 일 매출 1억원 이상 특가 딜을 10번이나 달성하며 위메프 축산물 카테고리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업체로 성장했다.

매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도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돈팡은 지난 10월 우수 농·축·수산물 생산자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 현지 직배송하는 위메프의 ‘갓신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갓신선 상품은 100% 환불 보장을 적용하는데 돈팡은 반송률 0%를 기록 중이다.

돈팡 제품(사진=돈팡)
구 대표는 식재료 사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자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팡은 좋은 품질 뿐 아니라 착한 가격을 갖췄고 이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면서 “A++(투플러스) 한우는 맛있지만 비싸서 매 끼니 먹을 수 없다. 식육 상품을 판매할 때 맛과 품질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해야 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돈팡은 경남 창녕에 위치한 농장과 계약을 맺고 도축 돈육을 수급 모기업인 ‘부흥글로벌식품’ 공장에서 가공해 유통한다. 도축부터 공장 가동까지 직접 진행하다 보니 제품 원가가 경쟁사 대비 적고 판매 단가도 낮출 수 있었다. 돈팡의 오겹살 가격은 100g당 2300원 수준으로 타사(2600원) 대비 저렴한 편이다.

김 MD는 신선식품 사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균일도’라고 봤다. 그는 “많은 말로 고객들을 현혹할 수 있겠지만 결국 꾸준한 상품의 질이 입소문을 타고 강력한 팬슈머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고객마다 니즈가 다양하고 상품별 가격도 천차만별이지만 지속적인 질 관리가 단골고객을 만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