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분주함' 낯선 산중 깊은 곳…불편함, 건강습관 되다

by강경록 기자
2020.11.20 06:00:00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휴대폰·인터넷·TV 사용 일체금지
한끼 먹으려면 종자산 중터까지 올라
저염식단, 30분간 아주 천천히 음미
삶에 더 집중하며 건간한 습관 익혀

힐리언스선마을에서는 트레킹과 숲속 명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홍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거리. 강원 홍천군 서면 종자산. 이 깊은 산속에 도시의 분주함과는 다른 낯선 곳이 있다. 인적 드문 곳이라 세상과 단절된 기분마저 드는 곳. 힐리언스선마을이다. 저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마을에 대단한 의사나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곳에는 단지 불편함만 가득한 마을이 있을 뿐이다. 이 불편함 속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여백을 찾는다. 편리가 아닌 불편에서 사람들은 시인의 주옥같은 시 구절이나, 성경 또는 불경 구절처럼 큰 가르침을 얻는다.

힐리언스선마을에는 잣나무와 소나무가 무성한 숲길을 걷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 누구나 쉽게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방역을 잘해왔지만, 이제는 면역에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단풍길과 꽃길 사이에 눈길이 열리기 시작하는 11월 중순. 힐리언스선마을에서 만난 송인수 대표 이야기다. 그의 말처럼 최근 우리네 상황은 전쟁(바이러스)과 전쟁(사람) 사이다. 그나마 우리는 다른 곳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말이다.

힐리언스선마을은 종자산 중턱에 자리잡았다. 힐리언스는 힐링(healing)과 사이언스(science)의 합성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힐링과 과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 박사의 제안으로 만든 인공 마을이다. 여기에 대웅제약, 매일유업, 풀무원이 동참했다. 그렇게 자본을 모아 2007년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의학박사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 만든 이 마을의 건립 취지는 ‘웰에이징’. 즉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식습관·운동습관·마음습관·생활리듬습관 등 4가지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습관들을 바로잡으려면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종자산 중턱에 자리한 힐리언스선마을 정원동


그 불편함이란 이런 것들이다. 이곳에서는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고 TV 시청도 안 된다. 비즈니스센터에서 무선 와이파이와 PC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만일’을 위해서다. 그것도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숙소에서 식당까지 부지런히 종자산 중턱을 오가야 한다. 능선을 따라 지어진 선마을의 비탈길을 걸으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기도 하지만, 그 상쾌함만은 남다르다.

먹는 것도 조금 불편하다. 일단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저염식 식단이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 30분 동안 음식을 아주 천천히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 불편함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이내 점점 익숙함으로 바뀐다. 그제야 비로소 불편함은 진정한 쉼표가 된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 네 가지 습관을 바꾸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 하지만 이곳에서의 삶에 조금이라도 집중한다면 일상으로 돌아가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힐리언스선마을 선향동굴에서 싱잉볼 명상 체험을 하고 있는 투숙객들.


선마을에는 크게 네 개의 건물이 있다. 봄동, 여름동, 가을동, 겨울동이다. 건물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니 꼭 지도를 챙겨야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도 좋고, 오전 5시 30분부터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황토찜질방과 탄산탕, 온열탕, 팔선욕장, 암반욕장 등이 있는 스파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다. 황토찜질방은 내부에 찜질복이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숙박동은 자연 친화적이지만,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선마을에는 숙박동이 두 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다. 숲속동은 종자산의 자연의 선을 그대로 담아냈는데, 정갈하지만 소박한 공간이다. 야외 테라스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종자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정원동은 정제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친환경 자재로만 시공했는데, 아침이면 천장에 내리쬐는 햇살이 기분 좋은 하루를 선사한다. TV나 휴대폰에 몰두하던 시간 대신 사색이라는 것을 할 수 있고, ‘멍 때리고’ 앉아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강원도 홍천 종자산 중턱에 자리한 힐리언스선마을의 늦가을 풍경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도 있다. 방문자센터에서 다양한 요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도구 테라피 수업은 ‘밸런틱’이라 부르는 기다란 막대와 지압기를 이용한다. 밸런틱을 이용해 스스로 팔과 다리, 발바닥을 지압하는 프로그램. ‘선요가’라 불리는 선마을 특유의 요가 수업도 있다. 마이링·리커버링 등 도구를 이용한다. 눕거나 선 채로 다리를 들어 올리고 비트는 동작으로 몸의 균형을 다시 맞추도록 구성했다. 선향동굴에서의 명상은 싱잉볼 파동을 따라 지친 마음이 치유됨을 느낄 수 있다.

선마을에서는 걷는 일도 즐겁다. 마을 외곽으로 트레킹 코스가 있다. 종자산 자락을 오가는 구불구불 오솔길, 그리고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가 있다. 군데군데 자리한 쉼터에서는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다. 잣나무와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가 온몸 구석구석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림욕을 하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장과 심폐기능까지 절로 강해지는 느낌이다.

‘쉼스테이’는 투숙객에게 가장 인기있는 패키지 프로그램이다. ‘하루 1만보 걷기’가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입촌 의식인 ‘와식명상’을 시작으로 요가, 소도구 테라피, 트레킹 등으로 구성했다. 프로그램을 따라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하나되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선마을이 바꾸고자 하는 4대 습관, 즉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여행메모

△가는길= 서울에서 힐리언스선마을까지는 생각보다 가깝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강촌IC로 진입해 삼거리에서 가장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이어 모곡삼거리에서 홍천, 서면 방향으로 다시 좌회전해 가면 힐리언스선마을 입구가 보인다. 힐리언스선마을은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잠실역 버스정류장 5번 출구에서 탑승할 수 있다. 월~금요일까지는 정오 12시에 출발한다. 최대 1시간 30분 걸린다. 토~일요일은 오후 1시에 잠실에서 출발한다.

힐리언스선마을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투숙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