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오해와 진실]날개 꺾인 항공기, 땅에서도 쉴 틈이 없다

by이소현 기자
2020.06.13 09:09:09

코로나19여파로 공항 주기장에 멈춰선 항공기
제조사 유지보수 매뉴얼에 따라 끊임없는 관리
최상의 상태로 이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

돈므앙 공항에 주기되어 있는 에어아시아 항공기 (사진=에어아시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전 세계 각 공항이 붐빈다. 예년처럼 여행객이 아닌 날개를 펴지 못한 항공기들로 빽빽하다. 지난 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만6000여대의 여객기가 이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날개는 꺾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항공기는 쉴 틈이 없다. 멈춰 있는 와중에도 언제라도 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어 계속 돌려줘야 한다.

멈춰선 항공기 보관은 엄격한 제조사 유지보수 매뉴얼에 따라 외부 환경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는 작업과 항공기가 언제든 운항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계·시스템 점검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짧은 기간 보관 중인 항공기라도 7일, 14일, 30일 주기로 계속 체크하고 점검해야 한다.

반사체로 덮인 대한항공 B747-8i 항공기 조종석 앞유리(사진=대한항공)
우선 햇빛 때문인 내부 손상을 막기 위해 항공기 조종석 앞유리에는 반사체를 놓아 막고, 객실 창문 덮개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종종 항공기 날개 아래에서 새 둥지를 발견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항공기 동체 외부에 불필요한 잔여물이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인 청소도 진행해야 한다. 날개의 움직이는 모든 구조 부분에는 윤활유를 구석구석 발라 놓아야 한다. 언제라도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외부 이물질로 손상된 곳은 없는지, 덮개 상태는 온전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항공기 외부, 타이어나 랜딩 기어, 전기 장비, 엔진 등 점검도 필수다.

견인기기로 에어아시아 항공기를 움직이고 있다,(사진=에어아시아)
항공기 바퀴 상태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 주기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항공기를 견인해 타이어를 회전하게 하여 압력은 괜찮은지 검사한다. 항공기 타이어가 평평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인기기를 활용해 임의로 항공기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항공기를 잭으로 고정해 타이어에 가해지는 압력을 해제하는 작업 등을 한다.



정비사가 항공기 조종석에서 비행통제장치 등을 작동시켜보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전자장비도 충전하고 엔진이나 에어컨, 비행통제장치 작동 여부도 확인한다. 주기적으로 항공기 엔진과 보조 동력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고, 장기 주차에 대비해 항공기 설정을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다.

공기 밸브를 비롯해 동체 곳곳에 있는 공기 유입구를 닫아두기 위해 기내로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주는 디치모드(ditching mode)를 활성화해야 한다. 탐침과 창문 난방 시스템 연결을 해제해 비행 데이터 탐침 덮개가 녹슬지 않도록 하는 작업 등이 이뤄진다.

에어아시아 항공기 기내를 청소하고 있다.(사진=에어아시아)
항공기 실내도 관리해야 한다. 객실 벽과 객실 승무원이 음식을 준비하는 장소인 갤리(galley), 화장실, 조종석 머리 위 패널을 포함해 객실 내 모든 탈착 가능한 패널을 개방해 청소한다. 카펫과 커튼을 세탁하고, 좌석의 팔걸이와 테이블 등 객실 내 모든 표면을 소독제를 사용해 닦아내는 작업도 진행한다.

결국 항공기 단기 보관에도 총체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항공기 내부 청소→항공기 외부 검사→외부 손상이나 부식 여부 점검 및 정비→모든 배수구 청소→기존에 개방되어 있던 센서, 엔진 흡입구, 배기구 등에 덮개 장착 등이 차례대로 이뤄진다.

엔진 정비 중인 대한항공 B747-400 항공기(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재 80%가량 급감한 국제선 항공 여객 수요 탓에 항공기 30% 이상이 단기 보관 중이다. 대한항공 보잉747-400 기종의 경우 이 같은 관리에만 약 270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5명의 정비사가 작업한다고 가정하면 약 7일이 걸린다.

그동안 쉴 틈 없이 비행했던 항공기들은 코로나19여파로 이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하늘 길이 다시 열리는 날 항공기가 최상의 상태로 이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하늘에서 쉴 틈 없이 안전한 비행을 하는 그날까지 전 세계 항공기들은 땅에서도 쉴 틈 없이 관리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