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려는 與 vs 내리려는 野…올해도 종부세 전쟁

by김미영 기자
2020.06.04 06:00:00

정부여당, 종부세율 인상법안 재추진
野, 태영호·박성중 등 앞다퉈 인하법안 준비
“여당 국회 장악했지만…집값 안정 지속시 동력 부족”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21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여야 기싸움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다. 정부 여당은 전체적으로 종부세율을 올리되 장기 보유한 1주택자에 한해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단 입장인 반면 제1야당에선 종부세율 인하를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종부세법이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3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종부세 인상을 21대에서 재추진하겠단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 등으로 주택시장의 안정을 공고화하겠다”면서 “종부세법 등 시장 안정화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은 20대 국회에서 추진했으나 무산된 종부세법안 그대로 다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 주택 세율 0.1∼0.3%포인트 인상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세율 0.2∼0.8%포인트 인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 상한 200%에서 300%로 인상 등 내용이 골자다. 1주택을 가진 고령자에 대해선 현행 10~30%인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씩 인상하고, 1주택 고령자와 장기보유 공제율을 중복적용하는 합상공제율 상한을 현행 70%에서 80%로 올리는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면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맡은 의원이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할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부동산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내용이 다소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원 입법을 먼저 한 후에 올 여름 기재부가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선 강남권 지역구 의원들이 앞다퉈 종부세율 인하법안을 준비 중이다. “21대 총선을 치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민원이 종부세”라고 말할 만큼 지역 주민의 종부세 경감 요구가 많아, 여당의 종부세율 인상 저지를 넘어 인하까지 이끌어내겠단 태세다.

강남갑 초선인 태영호 의원은 종부세법안 2개를 동시 발의할 예정이다. 먼저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종부세를 아예 면제하도록 했다. 1주택을 소유한 1가구가 그 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다른 주택을 사들여 일시적 2주택이 되는 경우도 면제 대상에 포함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실제 거주 주택에 대해선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종부세를 매기도록 했다. 다른 법안엔 주택에 대한 종부세의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일괄 상향하되 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을 공제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초을 재선인 박성중 의원도 20대 국회에서 대표발의했지만 폐기된 법안을 보강해 빠르면 이번 주 내로 재발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감안해서 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으로 상향하고 1가구 1주택자는 5년 이상 보유 시부터 장기보유 세액공제혜택을 보다 크게 누리도록 개정안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림에 따라 국회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코로나19로 잠잠해진 집값이 유지된다면 종부세율 인상 추진이 동력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1가구 1주택자의 세부담 경감은 법 개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