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한은 '내부출신' 서영경 금통위원이 주목받는 이유
by김혜미 기자
2020.04.23 07:07:09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난 7일 한국은행 노조는 내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신임 금통위원 4명이 발표되기 약 9일 전이다. 새로 바뀔 금통위원에 관해 찬성과 반대를 묻는 내용이었는데, 물망에 오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선택지에 올랐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한은 직원들이 금통위원 임명을 반대한 인물들 명단이다.
1위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행 출신인 서영경 신임 금통위원이 차지했다. 응답자 361명 중 169명이 반대했다. 응답자들은 반대 이유로 한은에서 부총재보까지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는 동안 실력보다는 정치력이 많이 작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한은내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 서 위원은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으로 21일 신임 금통위원이 됐다. 한은 부총재보에서 물러난 뒤 약 4년 만에 금의환향이다.
사실 서 위원은 한은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1988년 한국은행 입행 이후 2008년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실장, 국제국 팀장에 이어 곧바로 1급인 금융시장부장에 올랐고, 6개월 만에 부총재보가 됐다. 한은 첫 여성팀장에 올라 화제를 모으고 부총재까지 오르는 데는 약 5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평균 승진속도에 비해 3배 이상 빨랐다는 평가다.
서위원이 한은 재임시절 윗사람에 잘 보여 초고속 승진을 했다고 한들 기본적으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림없는 일이다. 한은처럼 내부경쟁이 치열하고 외부감시가 철저한 기관에선 더욱 그렇다.
실제로 ‘정치력으로 승진했다’는 노조 설문조사 결과와 달리 한은 내부적으론 서 위원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통화와 외환정책에 대한 조사연구 경험은 물론 금통위원으로서 정책수행에 필요한 지적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영어구사 능력 역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은과 재경원의 갈등을 다룬 ‘국가부도의 날’ 실제 주인공이라는 얘기도 돌았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금통위원들 상당수는 친정부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윤제 전 주미대사는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후보 캠프에서 씽크탱크를 운영하며 문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 역할을 했고,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근간을 마련하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첫 연임에 성공한 고승범 위원은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관료 출신이다.
경력만 보면 서 위원은 새로 임명된 금통위원 중 치우침 없이 가장 중립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다. 아울러 금통위 내 홍일점이었던 임지원 위원과 더불어 또 한 명의 여성위원이란 점도 금통위의 구성변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한은 직원들의 반대에도 서 위원이 금통위원에 오른 이유이자, 앞으로 서 위원의 행보에 기대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