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짝달싹 못하는 기준금리…전문가 60% "변수는 미국"

by김경은 기자
2019.02.25 06:00:00

28일 금통위…기준금리 방향 이데일리 경제ㆍ금융 전문가 폴(poll)
2월 금통위 만장일치 동결…문제는 지속하는 ‘불확실성’
금리 방향 틀 변수…전문가 60% ‘미국’ 지목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경은 김정현 기자] 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금리가 인상되기도 인하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미국’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22일 본지가 오는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경제ㆍ금융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원이 2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1.75%)에서 ‘만장일치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에서도 곳곳이 지뢰인 ‘대외변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일이 걸리는데다,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등으로 통화정책이 경기부양 수단에서 한발 물러설 수 있는 것도 동결을 예상한 이유다.

문제는 기준금리 동결이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금리 유지를 위한 ‘동결’이 아닌, 예측이 쉽지 않은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전개, 미국의 수입차 고관세 부과, 노딜 브렉시트 등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든 대외 이벤트가 너무 많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우리 경제의 고용과 수출 부진 등 경기 하방 리스크는 물론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지연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높은 가계부채, ‘지금도 완화적’이라는 한은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물가도 불안 요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 △전ㆍ월세 가격 하락 △수입물가지수(원화 강세 전망) 하락 등 물가바스켓에서 비중이 큰 종목들이 내려가는 상황”이라며 “물가가 한은의 전망과 달리 하락할 경우 경기보다는 물가 쇼크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은의 물가성장률 목표치인 2.0%를 밑도는 수치다.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은 아니지만, 물가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도 인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통위원들의 중립적 정책 스탠스와 이를 변화시킬 유인도 없기 때문에 2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산재한 대외 변수 가운데 전문가 10명 중 6명은 향후 금통위의 금리정책에 변화를 줄 만한 요인으로 미국을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발 리스크(3명), 유럽의 노딜 브렉시트 및 경제 둔화 우려(1명)와 비교해 압도적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정책과 관련한 대외 변수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미국”이라며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달라진다면 우리나라도 방향을 틀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할 가능성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연쇄적으로 글로벌 경기를 둔화시키고, 국내 경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미국 연준이 자국 경기 둔화 우려에 정책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경우, 국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긴축이 현 수준에서 동결되고 멈춰질 경우, 중립금리 아래에서 금리 인상이 종료된다는 의미”라며 “이 경우 유로존 역시 긴축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국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영향에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변수가 국내 금리 기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은 전문가 10명 중 3명이 제시했다. 국내 수출 경기가 중국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추세적 성장세 둔화나 이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미·중 무역갈등이 수출 의존적인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경제가 가장 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부문파트장은 “유럽의 경우 자동차 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에 타격을 받는다면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