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세 올리자" 재점화..1000만 車 술렁(종합)

by최훈길 기자
2018.06.21 07:40:40

OECD "韓 대기질 최하위..환경세 올려야"
대통령 직속 특위위원, 경유 증세안 제시
"경유 기본·탄력세율 리터당 50원씩 인상"
기재부 "세제 개편 검토 안 해" 선긋기
전문가 "트럭·SUV 운전자 부담 커져"

한 경찰이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에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문재인정부 자문기구 측에서 경유세를 올리는 증세 방안이 제시됐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조세 정책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거론됐던 경유세 증세안이 지방선거 직후 수면으로 올라오는 양상이다. 가계 교통비 부담이 커지고 업계 원가 비용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OECD는 20일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18)’ 핵심 권고안을 통해 “환경세를 인상해 부분적으로는 경유와 휘발유의 세액 차이를 줄이고 전기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통상 유류세로 불리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경유세 세율을 올려 경유·휘발유 간 세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의 경우 특정한 용도별 요금을 언급하지 않아, 주택·일반·산업용 등 전반적인 요금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경세의 경우 최근 문재인정부 자문기구 위원 등이 공개한 ‘경유세 증세 방안’과 맞물려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홍종호 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양이원영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위원(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등 전문가들과 지난 18일 에너지전환포럼 정기포럼을 통해 경유세 개편안을 제시했다.

개편안은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경유의 기본 세율과 탄력 세율을 각각 리터당 50원씩 올리는 게 골자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2조)에 따르면 현행 경유의 기본 세율은 리터당 340원,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3조)에 따르면 현행 경유의 탄력 세율은 리터당 375원이다. 탄력 세율을 올리면 교육세·지방주행세가 연동돼 함께 인상된다.

경유세가 오르면 경유 가격도 올라간다. 현재 100대 85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비율이 100대 91로 바뀌어 세액 차이가 줄어든다. 현재는 경유 가격(1441원/ℓ·6월 둘째 주 기준)이 휘발유 가격(1610.1원/ℓ)보다 리터당 200원 가량 싸다. 전체 차량 2252만8295대(작년 12월말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중 경유차는 957만6395대(42.5%)에 달한다.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것은 환경 문제 때문이다. OECD는 “한국은 평균 대기 질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계속 악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1인당 배출량은 OECD 평균 이상”이라며 “정책 차원의 조치가 실행되지 않으면 2060년까지 조기 사망이 거의 3배 늘어 실외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금이나 요금을 올려 경유차나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탈석탄·탈원전 등 에너지전환 기조를 밝혔던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예견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당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세먼지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같은 수준 또는 휘발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많은 나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내년 재정개혁 때 (인상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1400원 가량 올리는 10개 시나리오를 제시한 상황이다.

정부는 경유세 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경유세 세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내달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경유세 인상안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경유세 증세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재정개혁특위는 올해 연말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장기 조세개편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워킹그룹의 권고안을 토대로 연말까지 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을 확정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유세를 확 올리면 트럭, SUV 등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가계, 산업,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법에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경유·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뜻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있다. 유류세는 종량제 방식으로 일정하게 붙는다. 10만원 주유 시 5만원 가량이 유류세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올해는 2040년까지 원전·화력·LNG·신재생 설비, 전기요금, 에너지 관련 조세정책 로드맵을 담은 3차 계획을 연말까지 결정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①총괄 ②갈등관리·소통 ③수요 ④공급 ⑤산업·일자리 등 5개 워킹그룹(민관 분과)를 구성했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교수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위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기구로 예산 및 조세소위원회로 구성돼 조세, 재정 관련 전반적인 개혁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이 같은 특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특위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비롯해 세제·재정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 경제단체, 학계 인사를 아우르는 30명의 민관 위원으로 구성됐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참여연대 전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가 재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류세로 불리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연간 15조원 이상 걷힌다. 신고 세액 기준, 단위=억원, 2017년 신고액은 집계 중. [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휘발유 가격의 56%, 경유 가격의 46%가 유류세다. 자동차용 경유 기준, 6월 둘째주 판매가격 기준. 단위=원/ℓ.[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