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석 기자
2015.07.24 06:30:00
로스쿨 출신 판사 중 38%만 법학 전공자
변호사 경력 동안 맺은 인연 끊는게 관건
“사시출신과 역량 차이 없어…시간 필요할 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첫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경력법관들을 바라보는 현직 판사들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경험과 연륜을 지닌 판사들이 많아져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처음 맞는 로스쿨 출신 법관의 역량에 대한 의문과 도덕적 부분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판사가 되는 길은 사실상 하나였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년간의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사로 임용되는 것이다. 경력법관도 있었지만 비중은 미미했다. 이 때문에 법관의 관료화, 순혈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국민의 상식이나 법 내면의 감정을 재판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법조일원화’ 정책이 추진됐고, 법원조직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2013~2017년은 최소 3년, 2018~2021년은 최소 5년, 2022~2025년은 최소 7년 이상, 이후로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 법관이 될 수 있다. 사법시험은 2017년을 끝으로 폐지 예정이어서 로스쿨 출신 법관들이 순차적으로 법원 판사석을 채워나가게 된다. 지난 1일에는 3년 경력을 채운 로스쿨 출신 37명이 경력법관으로 임용됐다.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상 첫 로스쿨 출신 판사다.
현직판사들은 경력법관들의 사법부 입성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지역의 10년차 A판사는 “엘리트 코스만 걸었던 판사들 중에서는 법의 잣대만 들이대 기계적으로 재판하시는 분들도 있다. 경험과 연륜 있는 경력법관을 판사로 임용하는 경력법관제도가 잘 정착하면 이런 문제는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양한 학부경력이 다양한 분야의 재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첫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중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62%(37명 중 23명)로 법학사(14명·38%)보다 훨씬 많다.
서울지역 B판사는 “학부 전공을 잘 살려서 배치한다면 특수 분야 재판에서 (사법시험 출신 판사보다)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변호사들 역시 경력법관을 반긴다. 서울지역 사법시험 출신 6년차 변호사는 “재판이라는 것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다투는 것인데 경험과 연륜이 쌓일수록 보는 눈이 넓어져 좋은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변호사뿐 아니라 의뢰인들도 경력이 너무 짧은 판사를 만나면 불안해한다”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법조경력’ 현직 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17년까지는 최소 3년의 법조경력만 있어도 법관이 될 수 있지만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 10년간 고객 및 동료 법조인들과 ‘관계 맺기’에 노력해온 변호사들이 법관이 되는 순간부터 외부와 ‘관계 끊기’에 주력해야 된다는 얘기다.
서울지역의 C판사는 “외부에서 10년 이상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조 때’가 묻게 될 텐데 이를 잘 털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업무 능력이야 시간을 갖고 가르치면 되지만 도덕적인 문제는 도와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직 판사들은 아직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의 실무능력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눈치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들보다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돈다.
D판사는 “가끔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배석판사가 판결문을 작성하고 증거를 보는 능력이 너무 떨어져 힘들다고 토로하는 부장판사들이 있다”며 “경력법관이 늘어날수록 이런 사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로스쿨 쪽에서는 사법시험 출신이 주류인 법조계에서 로스쿨 출신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항변한다.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은 곧 사법시험이 없어지기 때문에 로스쿨을 선택한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첫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의 절반이상이 비(非)법학사다. 다른 전공지식 위에 법학지식까지 쌓은 셈”이라며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관을 양성한다는 차원에서는 이미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