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5.02.09 08:22:53
가슴성형 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작용 ‘구형 구축’ 억제 가능
서울대학교 의공학교실 최영빈 교수와 공동 연구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대부분의 암 수술은 암세포가 발견된 부위를 제거하는 절제술로 진행된다. 위암, 간암 등 내부 장기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의 경우, 최근 단일절개 복강경 등 흉터를 크게 줄여주는 수술법이 개발돼 환자가 수술 부위 흉터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유방암의 경우, 수술 흔적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유방암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은 ‘여성의 상징’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함께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이 성기를 잃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어린 나이대에 암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타격이 더욱 크다.
그래서 유방을 절제한 환자들은 가슴의 모양을 수술 이전처럼 만드는 ‘유방 재건술’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 재건술은 실리콘 등을 재료로 하는 보형물을 가슴 부위에 삽입해 절제된 조직 대신 유방의 모양을 유지시켜준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이렇게 유방암 수술 후 재건술을 받고자 하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혜택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유방 상실에 따른 여성의 사회·심리적 문제 등이 고려됐다”며 “환자의 부담이 대폭 경감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단순히 미용 목적으로만 여겨졌던 가슴 성형이 이제는 의료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그 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유방 재건술에도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구형 구축(Capsular Contracture)’이다. 우리 몸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주변에 피막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피막이 과하게 형성되어 딱딱하게 굳는 것을 ‘구형 구축’이라고 부른다. 수술 후 가슴을 만져보았을 때 딱딱한 촉감이 느껴지고 모양이 변형되거나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부작용을 의심해야 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비율은 9~11%로, 유방재건술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이러한 합병증을 겪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허찬영 교수팀은 이렇게 가슴성형수술 후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작용인 ‘구형 구축’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탑재한 보형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구형 구축이 발생하는 단계에 대해 세밀하게 살폈다. 유방 보형물이 삽입되면 혈액 중 혈소판이 활성화되면서 ‘형질전환생장인자-베타(TGF-β; Transforming Growth Factor beta)’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염증 증상이 발생하는 보형물 주위에 단핵구(Monocyte)를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는데, 단핵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염증 부위에서 ‘대식 세포(Macrophage)’로 분화하여 다시 ‘TGF-β’를 분비한다. 이것은 결국 염증 부위의 섬유화(Fibroblast)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합성된 콜라겐은 구형 구축을 발생시킨다.
허찬영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초기 혈소판에서 TGF-β를 억제시키는 것이 주효하다고 판단하고, ‘트라닐라스트’라는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이러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염증 반응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실험 결과 트라닐라스트는 혈소판 TGF-β의 활성화를 억제시키고, 이는 단핵구의 수를 직접적으로 감소시켰다. 이후 단계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식세포의 분화는 줄어들고, 보형물 주변부위에 발생하는 섬유모세포의 활성은 억제됐다. 결국 합성되는 콜라겐이 크게 감소됐고, 이는 구형 구축을 억제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트라닐라스트의 효과가 입증되자 연구팀은 더 큰 억제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PLGA(Poly Lactic-co-Glycolic-Acid) 중합체를 사용한 보형물에 트라닐라스트를 탑재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약물이 방출되고, 구형 구축을 더 크게 억제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