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스코어 8:0…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by조용석 기자
2025.03.15 06:00:00

헌재로 넘어간 탄핵…발표된 8건 모두 기각
기각된 8건 중 6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기각
“법무장관, 야당 대표 노려봤다” 희화화된 탄핵
‘신중한 탄핵’ 사라져…탄핵제도 개선 목소리도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9건.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 후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 횟수입니다. 앞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모두 더해도 12건에 불과합니다. 탄핵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왜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렇게 흔하게 듣게 됐을까요.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13일 최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업무복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 주도로 발의된 탄핵안은 총 29건이며 이중 13건은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13건 중 8건(이상민 행안부장관,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이진숙 방통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습니다. 특히 8건 중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된 것이 6건입니다.

하지 말았어야 할 탄핵이었던 셈입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부서도 탄핵이 연이어 기각되는 데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14일 채널A 방송에 출연, “결과적으로 국민께 탄핵을 남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에서 적절한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985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발의된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자료 = 의안정보시스템)


대통령이 아닌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도 의결할 수 있습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서도 과반 의석을 얻은 민주당의 줄 탄핵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면서 희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헌재 탄핵심리가 진행 중인 박성재 법무부장관의 탄핵소추안에는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야당 대표(이재명)를 노려보기도 하였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역대 처음으로 발의된 탄핵안은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보복성 인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이 발의했으나 과반의석을 갖고 있던 여당(민정당)을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발의된 탄핵안은 9년 뒤인 1994년(김태정 검찰총장)에야 나왔습니다. 한 달에도 몇 건씩 탄핵안을 발의되는 현재 상황을 보면 오히려 어색하기도 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탄핵소추안 국회에서 의결되면 피소추인의 직무는 정지됩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 2일 만에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직무가 정지됐고, 업무 복귀까지 무려 174일이 걸렸습니다. 국정운영에 어떤 형태로든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에서는 탄핵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탄핵소추 남용 방지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직무 개시 후 6개월 내 탄핵 금지 △직무대행자 탄핵소추 제한 △보복 탄핵소추 금지 △탄핵소추 시효 3년 설정 △탄핵 각하 또는 기각 시 발의 정당 비용 부담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됐다면 한덕수 권한대행까지 탄핵 되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탄핵 관련 조항은 제헌헌법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헌법학자 누구도 이렇게까지 탄핵이 남발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만약 개헌을 한다면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를 상향하는 등 탄핵 관련 조항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