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아이보다 조금 빠른 성장, 성조숙증

by이순용 기자
2024.04.21 11:12:17

키성장 악영향, 불안·스트레스, 유방암·난소암 위험도 높아져
원인없는 특발성 성조숙증, 3~4주 간격 성호르몬 억제제로 치료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어느 부모에게나 아이의 건강한 성장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또래 연령보다 성 성숙이 빠르게 이뤄지는 성조숙증 환아 수가 늘면서 부모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또래보다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미루고 방치하다가는 아이들의 성장 곡선을 망가뜨릴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자향 교수의 도움말로 성조숙증에 대해 알아본다.

◇ 늘어나는 성조숙증, 서구식 식단, 패스트푸드 섭취 원인

여아의 경우 8~9세 사이, 남아의 경우 9~10세 사이에 사춘기가 시작되는 것을 ‘조발 사춘기, 성조숙증’라 한다. 전세계적으로 여아의 사춘기 시작 시기가 빨라지는 추세로, 이에 대한 조기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조자향 교수는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 섭취가 성조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면서 “이러한 음식을 과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환경호르몬이나 내분비 교란 물질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빠르게 사춘기에 도달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여아 8세 이전 유방 발육, 남아 9세 이전 고환 커지면

성조숙증은 쉽게 말해 이차성징이 조기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키 성장 속도가 또래 어린이보다 너무 빠르거나 신체 검진에서 8세 이전 여아가 유방 발육이 이루어질 때, 9세 이전 남아가 고환이 커지는 현상을 보인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집에서 유방이나 고환 발육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렵다면, 또래 연령 대비 우리 아이의 성장 속도를 확인해 보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소아과학회나 소아내분비학회에서 발표한 성장곡선표를 참고해 너무 크거나 작으면 병원을 찾는다.

◇ 성선호르몬 영향으로 구분, 진성성조숙증/가성성조숙증

성조숙증은 성선호르몬의 작용 여부를 기준으로 진성성조숙증과 가성성조숙증으로 나눈다. 진성성조숙증은 뇌하수체-시상하부가 활성화되어 난소나 고환을 자극해서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발생한다. 성선 자극 호르몬 의존성 성조숙증의 경우 중추신경계의 종양이나 뇌염 등의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가장 많다. 반면, 가성성조숙증은 뇌하수체-시상하부에서 활성화되어 난소나 고환이 호르몬을 분비하는 과정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성조숙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 난소 낭종, 멕큔-올브라이트증후군이 해당된다. 이와 같이 의심되는 경우 진단을 위해 뇌 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 파악을 하고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 성장속도, 사춘기진행정도, 골연령, 호르몬상태 확인해 진단



성조숙 진단을 할때는 이차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원인 질환, 성호르몬 노출 유무 등을 확인해야 한다. 또 신체 검진으로 성장 속도와 사춘기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방사선 촬영으로 골연령을 측정하고, 호르몬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위에서 말한 특정질환이 원인으로 의심될때는 뇌 MRI 검사나, 복부, 골반, 고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처음 검사할 때는 치료를 요하는 단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수개월 만에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 키 성장 악영향, 불안·스트레스, 호르몬 영향 질환 위험 높여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먼저 성조숙증은 키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아도 골연령이 빨라지기 때문에, 사춘기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는 아이에 비해 성인 키가 작을 수 있다. 둘째 너무 어린 나이에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또래와 다른 성장 속도 때문에 아이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찍 분비되기 시작한 성호르몬은 유방암, 난소암 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성조숙증을 치료하면 골연령이 빨라지는 것을 조절해 성인 키가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사춘기가 진행하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다.

◇ 성호르몬 억제제 3~4주 간격으로 주사치료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인 ‘성선자극호르몬작용제 효능제(성호르몬 억제제)’를 3~4주 간격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주사를 맞는다.

조자향 교수는 “성조숙증의 치료의 핵심은 치료시기다.”라면서 “모든 질병이 그렇겠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 성조숙증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가능한 일찍 치료해야만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아는 만 8세 전까지, 남아는 만 9세 전까지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꾸준한 치료도 중요한데, 불규칙적으로 치료받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치료 기간은 통상 2~5년이며 진단받았을 때 연령과 골연령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진다. 치료 종료 시점은 대개 여아는 11세 전후, 남아는 12세 전후이지만, 개인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많고, 저지방의 고단백 식사와 함께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을 통한 적절한 체중 관리 및 규칙적인 생활 습관, 조기 수면 등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