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투자자 피해 입었는데…SEC “권도형, 1300억 빼돌려”

by최훈길 기자
2023.02.18 13:52:30

美 증권거래위 “스위스 은행서 1억불 인출”
권도형 “검소하게 살고 있어, 회복력 믿어”
루나·테라 사태에도 세르비아서 귀국 안 해
檢, 체포영장 발부…세르비아에 신병 확보 요청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테라·루나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1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은닉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밝혀왔던 권 대표의 입장과 정반대 조사 결과다.

1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공소장을 통해 권 대표가 작년 6월부터 현재까지 스위스 은행에서 1억 달러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인출했다고 밝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야후파이낸스 유튜브)


SEC에 따르면 권 대표는 테라 생태계의 비트코인 1만개를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닌 콜드월렛(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가상자산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다. SEC는 권 대표가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콜드월렛에서 비트코인을 빼내 스위스 은행을 통해 현금화했으며, 자금 중 일부를 법정화폐로 인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권도형 대표가 만든 루나 코인은 작년 5월 초 10만원대에 거래됐다가 1원도 안 되는 ‘휴지 조각’이 됐다. 작년 5월에 52조원을 기록한 루나의 시가 총액은 바닥을 찍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28만명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관련해 권 대표는 작년 6월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나는 UST(테라USD)를 위해 자신감 있게 베팅하고 발언했다. UST의 회복력과 제안한 가치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루나·테라 사태로 자신도 자산을 대부분을 잃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검소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루나 2.0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우리의 능력에 큰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SEC는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권 대표와 테라폼의 계략으로 최소 400억 달러(52조원)의 시장 가치 손실이 발생했다”며 “권 대표가 미국의 투자자들을 반복적으로 오도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현재 세르비아에 거주 중이다. 한국 검찰은 작년 9월 투자자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권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최근에는 세르비아에 권 대표 신병 확보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