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공기청청기’ 수소차 부품으로 마스크 개발…“돈 벌 생각 없어요”

by이소현 기자
2020.08.24 06:00:00

김성철 코멤텍 대표이사 인터뷰
PTFE 멤브레인 첨단 소재 美·日 이어 세 번째 국산화
원천기술 활용해 마스크 개발·생산까지 100% 국산화
고통기성·고효율…숨쉬기 편하고 바이러스 차단 기능↑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김성철 코멤택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적용하는 첨단소재 부품이 ‘마스크’로 변신했다. 국내 벤처기업 ‘코멤텍’이 그 주인공이다. 친환경차 소재 부품에 적용하는 원천기술을 응용해 마스크를 만들었지만, 사장님은 이를 통해 돈 벌 생각이 없다. 코로나19가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인 가운데 우리 일상의 필수가 된 마스크는 만들기만 하면 돈이 될 텐데, 이윤 창출이 목표인 기업이 돈을 벌 생각 없다니.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김성철 코멤택 대표이사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벤처기업”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품질 좋은 마스크를 만들어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마진을 생각하지 않고 공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멤텍은 연료전지용 불소계 막 국산화 관련 에너지 기술 개발 사업 등 3개 국책과제를 맡았으며, 3년간 120억원 등 정부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답답해서 마스크를 벗고 싶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두꺼운 보건용 마스크는 기능은 좋지만, 숨쉬기가 곤란하다. 두께가 얇은 덴탈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도 많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 하면서 기능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반면 코멤텍이 만든 마스크는 시중에 판매하는 마스크보다 숨쉬기는 편하고 바이러스 차단 기능은 높인 고통기성·고효율 제품이다. 김 대표는 “일회용 마스크 형태로 보건용 마스크(KF94)보다 4배가량 숨쉬기 편하고 바이러스 차단 기능도 높다”며 “기본적인 필터 소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 성능은 매우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성능 검사한 결과 코멤텍 마스크의 바이러스 포집효율은 97~98%, 흡기저항(통기성)은 15~17파스칼(㎩)로 나타났다. 기존 보건용 마스크(KF94) 포집효율은 94%, 흡기저항은 70㎩로 코멤텍 마스크의 통기성이 최대 4배 이상 높다. 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서 진행한 세포독성 실험에서 독성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피부자극 실험에서 비자극성으로 확인받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규정한 세포 투여 독성·피부 자극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PTFE 멤브레인을 적용한 코멤텍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 비교 현황(자료=코멤텍)
핵심 비결은 바로 PTFE(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 멤브레인(분리막) 필터에 있다. 코멤텍은 PTFE 멤브레인을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국산화한 전 세계 유일의 벤처기업이다. 이 첨단소재는 미국의 고어와 도날슨, 일본의 니토덴코와 스미토모 등 글로벌 회사들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비쌀 수밖에 없다. 코멤텍은 국내에서 신제품 기술인증(NEP) 및 성능인증을 통해 PTFE 멤브레인 제조기술에 대한 인증 및 기술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김 대표는 “안정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PTFE 멤브레인을 이용한 필터 제품은 주로 자동차, 의류, 의약품 등 고성능 제품에 적용한다”며 “이런 첨단소재가 정부 지원을 통해 국산화되지 않았으면 일반 마스크 소재로 활용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멤텍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회사에 PTFE 멤브레인 원단을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작년 황사를 대비해서 고급용 마스크로 개발을 완료해놨는데 코로나 재확산에 국내에서도 첨단소재를 적용한 마스크를 소비자들이 쓸 수 있도록 직접 코멤텍 이름을 달고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소전기차의 PTFE 복합막 부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응용기술로 마스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본업은 수소연료전지차 부품, 부업이 마스크인 셈이다.

이에 마진을 남길 생각이 없어 마스크 단가도 대폭 낮췄다. 김 대표는 “마스크들 중 저렴한 제품들은 중국산 저가 소재를 사용한 것”이라며 “첨단 소재를 활용한 코멤텍 마스크는 장당 1700~1800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3분의 1가격에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멤텍 마스크는 50장에 3만2000원으로 1장당 640원꼴이다. 판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로 확보했다.

코멤텍이 수소연료전지차 부품으로 활용하는 PTFE 멤브레인 필터의 원천기술을 응용해 개발한 고효율·고통기성 마스크 (사진=코멤텍)
코멤택의 임직원은 총 12명으로 모두 연구원 출신이다. 직원 수는 적지만 전남 영광에 2000평 규모로 1·2공장을 갖췄다. 자동화 설비를 갖춰 직원 2명만 있어도 공장은 돌아간다. 최근 마스크 원단 생산을 위해 2007년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2교대 근무 중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연료전지 복합막 및 마스크, 기존 필터 사업으로 작년 매출 대비 올해 많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마스크 판매로 대중들에게 코멤텍이라는 회사를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조만간 코멤텍의 제품 ‘트라니아’를 홍보하는 홈페이지를 오픈해 PTFE 복합막을 세계 최초로 일반 판매해 상용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고어 등 글로벌 회사들이 독점했던 시장에서 30%가량 단가를 낮춰 수조원대 연구용 복합막 샘플 시장의 틈새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은 갖췄지만, 한국의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이라 리스크가 있다는 편견을 깨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마스크를 넘어 일반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나 의료관련 부품도 시장에도 도전하고 싶다”며 “만약 우리나라 군복 등 기능성 의류에 적용된다면 ‘대한민국 군복’에 적용하는 첨단소재라는 신인도를 쌓아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