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뜨면 고객 몰린다'…유통가, 인증샷 명소 만들기
by함지현 기자
2019.09.03 06:15:00
''인스타그래머블'' 잡아야 뜬다…정보공유 넘어 소비까지
젊은 층 중심으로 맛집·명소·음식·패션 등 게시물 선호
"유통가, 인스타그래머블로 고객 끌어내는 생존전략 필요"
| 최근 인스타그램과 에이블(able)의 합성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의 ‘인스타그래머블’이 주목받고 있다.(사진=오픈서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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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최근 Z세대·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래머블이란 인스타그램과 영어단어 에이블(able·~할 수 있는)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이다.
소위 인스타그램에서 ‘뜬’ 명소에는 오픈 시간 전부터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그러자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통가에서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명소나 아이템을 유치하는 것이 숙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SNS 활동은 단순히 사진을 한 장 찍어서 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인을 넘어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적극적으로 이를 소비한다.
실제로 오픈서베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이용자 10명 중 7명은 게시물을 보고 관련 제품 등의 이용 의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61%는 실제 해당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스타그램은 맛집 정보나 인기 있는 장소를 찾거나 패션·카페·신상품 등 트렌드를 살펴볼 때 주요 사용하는 채널로 꼽힌다. 연령대별로 2030세대는 맛집·음식 관련 게시물을, 10대는 일상생활, 패션·의류·잡화, 뷰티, 음악 등을 공유한다. 4050세대는 여행 관련 게시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보이콧 재팬(일본제품 불매)이 힘을 받는 이유로 인스타그래머블과 일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은 일본이 미워서이기도 하지만 여행사진을 자유롭게 SNS에 올려 자랑하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는 것이다. 불매운동 자체도 SNS에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행위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에서 여러 분야의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에 편승하면 정체기를 맞고 있는 유통가가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즉, 인스타그래머블을 잡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미다.
| 인스타그램에 노출되는 사진이 약 13만 개에 달할 정도로 명소로 자리잡은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사진=신세계프라퍼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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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환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인증샷 명소’와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고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우선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 도서관은 이미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 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별마당도서관’ 검색 시, 노출되는 사진이 약 13만 개에 달하며 아이부터 어른, 외국인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5월 개관한 별마당 도서관은 2800㎡ 크기의 넓은 공간, 13m 높이의 대형 서가가 장관을 이뤄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매월 새롭게 발간되는 600여 종의 국내외 잡지, 7만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 중앙을 장식한 예술품 등 ‘열린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백화점과 아웃렛에 ‘인증샷 명소’를 마련했다.
판교점에 위치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연면적 2736㎡ 규모로 600㎡의 전시실, 그림책 5000여 권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서가, 어린이 대상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실 등이 있어 아이와 함께 인증샷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송도점은 각각 길이가 800m에 달하는 인공 수로와 4m 높이의 잔디 토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추억의 델몬트 병이 담긴 ‘델몬트 선물세트’도 한정수량으로 선보였다. 델몬트 병은 과거에 오렌지 주스를 다 마시고 그 병을 씻어 물병으로 썼던 제품이다.
부모 세대가 즐긴 제품들을 신기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사용해보고 SNS에 업로드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젊은 층의 뉴트로(New+Retro·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시도다.
지난달 30일 오픈한 롯데몰 수지도 인스타그래머블 명소를 구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책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아크앤북’, 디저트 카페 ‘피크니크’, 레트로풍의 식품 편집숍 ‘슷-퍼마켓’, 음악 쉼터 ‘대중음악박물관’, 정기적인 원데이 꽃꽂이 클래스가 열리는 ‘수수가든’, 어른아이 감성놀이터를 추구하는 감성책방 ‘놀멘서가’, 주전부리와 맥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랭스낵’ 등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면서 인스타그래머블이 갖는 상업적 가능성과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며 “유통업체들도 고객들이 매장 내 인스타그래머블 명소를 찾았다가 쇼핑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생존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