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격전지]③30대 정치신인 대구 동구 디집나
by유현욱 기자
2018.06.06 10:21:22
서재헌·배기철·강대식, 5일 불로시장에 일제히 방문
민주당 서재헌 "배운 대로 구민 섬기겠다" 눈도장 찍기
한국당 배기철 "살림살이 나아졌냐" 現구청장 ''심판론''
바른미래 강대식 "동구 토박이 ''마카다 3번''" 큰절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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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5일 오후 대구 동구 불로전통시장 앞 왕복 4차선 팔공로 횡단보도. 이날은 평일 낮인데도 오일장을 찾은 시민들과 6.13 지방선거 대구 동구 지역에 출마한 기초단체장 후보 선거운동원들로 북적였다. 동구청장 자리를 놓고 겨루는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후보, 배기철 자유한국당 후보, 강대식 바른미래당 후보는 각각 유세차량에 올라 구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 도중 주변을 오가는 10명의 시민을 붙잡고 지지 후보를 물었지만 세 후보로 뿔뿔이 흩어진 표심을 읽기는 역부족이었다.
오후 4시 배기철 한국당 후보가 빨간색 점퍼 차림으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만 한국당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마이크를 넘겨받은 배 후보는 “문재인 정권 1년, 바른미래당 동구청장 4년간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 물으며 상대 후보를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두 차례 동구청장을 지낸 바 있다. 이어 “서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당은 한국당”이라며 시장경제를 활성화할 적임자는 행정 전문가인 자신임을 역설했다. 배 후보는 동구 부구청장 출신이다.
비슷한 시각 도착한 서재헌 민주당 후보는 시장에 안으로 들어가 약 30분간 상인들과 직접 부대끼는 저인망식 유세전략을 보였다. 차량도 배 후보와 달리 시장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연설도 간소화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 소음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상인들을 배려한 결정이다. 만 39세의 서 후보는 “배운 대로 동구 주민을 섬기는 구청장이 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곁은 지킨 이승천 전(前)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서 후보를 젊고 패기 있는 후보로 치켜세웠다.
가장 늦게 나타난 강대식 바른미래당 후보는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과 횡단보도 한가운데 늘어서 큰 절을 올리며 유세를 시작했다. 강 후보는 “동구에 온 나그네는 길을 묻지만 진정한 리더는 길을 연다”며 지난 4년간 업적을 일일이 열거했다. 동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 “구청장 한 사람 힘으로는 택도(어림) 없다”며 대구 사투리로 ‘마카다(전부) 3번’을 외쳤다.
|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청장 후보가 5일 대구 동구 불로전통시장을 찾아 엄지손가락을 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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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가에서는 대구 지역 기초단체장 8석 가운데 동구와 수성구, 북구에서 이변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예상한다. 매일신문과 TBC가 리서치앤리서치에 공동으로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대구 동구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701명을 상대로 진행한 차기 동구청장 지지도 조사에서 서 후보 28.2%, 배 후보 20.2%, 강 후보 16.9%를 기록했다.
서 후보가 배 후보를 오차 범위 밖인 8%포인트 앞섰지만 이른바 ‘샤이 보수’ 현상을 감안하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대리전 양상으로 보수표가 분산돼 서 후보가 어부지리 격 1위에 올라 막판에 민주당 후보 비토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서 후보는 “1위를 차지한 여론조사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단독 과반 내지 최소 45%를 득표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반면 배 후보와 강 후보는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 남은 기간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했다.
| 배기철(왼쪽) 자유한국당 대구 동구청장 후보가 5일 대구 동구 불로전통시장을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배기철 후보 선거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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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지지후보가 제각각이었다.
피자가게 문을 열고 나와 서 후보 연설에 귀기울이던 이남주(46)씨는 “문재인 대통령 잘 하고 있다 아입니까. 여당 후보 밀어줘야지요”라고 했다. 20년간 수산물을 팔아온 오상행(60)씨도 “구청장도 시장도 함 까비디지면(한번 뒤집어지면) 먹고 살기가 나을라나. 고민입니데이”라고 했다.
손녀와 함께 마실 나온 강모(68·여)씨는 “대구는 우짜도 한나라당(현 한국당) 후보가 되는 게 순리요”라고 했다. 배 후보 유세차량 앞을 지나가며 창문을 내려 화이팅을 외치는 지지자도 눈길을 끌었다.
차도까지 내려가 강 후보를 기다린 유모(59)씨는 “구청장은 함 해본 강대식이를 밀어줄라캅니다”라며 “시장도 유승민당에서 나온 3번 찍을라꼬요”라고 했다. 강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는 듯 했다. 경로당에 본 적이 있다고 먼저 아는 체하는 노인들이 제법 있었다.
한편 일부 상인들은 유세차량이 통행을 막는 바람에 하루 벌어 먹고 사는데 공칠까 걱정이 든다며 선거철마다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흰소리에 아예 기권할 요량이라고도 했다.
| 강대식 바른미래당 대구 동구청장 후보가 5일 대구 동구 불로전통시장을 찾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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