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수 엘리드 대표 “에스티로더·아모레 임상실험도 우리가 하죠”

by박경훈 기자
2016.10.26 07:00:00

화장품 연구원에서 출발해 원재료 영업사원으로
엘리드, 국내 화장품 안전성 인증업 업계 1위
아시아 화장품 시장 떠오르며 엘리드도 함께 성장
세계 10개국·60개업체 인증 맡아

변경수 엘리드 대표가 ‘피부 주름 변화를 3차원 영상으로 분석하는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엘리드)
[성남=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무역법상 용역 범위에 저희 업무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도 서비스 수출을 하면 무역실적으로 잡히지 않을 정도의 낯선 분야죠.”

24일 경기 성남시 엘리드 본사에서 만난 변경수(57) 대표는 지난 15년간 ‘화장품 안전성 인증 서비스’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개척한 기업인이다. 엘리드 피부과학연구소는 화장품, 의약외품 등을 제조사가 만들면 이에 대한 안전성을 인증해주는 서비스를 수행한다.

프랑스 같은 화장품 강국에서는 관련 서비스 업체들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국내는 2000년대 들어 엘리드가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현재 엘리드는 LG생활건강(051900), 아모레퍼시픽(090430), 한불화장품 등 국내 화장품 업체를 비롯해 에스티로더, 샤넬, 니베아 등 전 세계 10여개국·60개 업체에 화장품 안전성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변 대표의 첫 사회생활은 쥬리아 화장품 연구원이다. 7·80년대 당시 화학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당시 주요 산업이던 석유화학 기업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신 국내 화장품 산업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변 대표는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를 택하고 싶었다”며 “사람에게 보다 직접적인 제품인 화장품산업이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었다”고 돌이켰다.

평범한 연구원 생활을 하던 그에게 1990년, 인터리스(옛 인터케어)라는 화장품 원재료 무역업체에서 영업 분야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변 대표는 “연구원 생활을 해보니 바로 옆 회사에 누가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다”며 “조금 더 글로벌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이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술·담배를 하지 않는 변 대표였기 때문에 초창기 영업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변 대표는 “술·담배를 대체할 나만의 경쟁력이 뭘까를 생각했다”며 “연구원 경력을 기반으로 카탈로그에 있는 제품들을 실제로 써보고 장·단점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지금은 ‘기술영업’이라는 분야가 활성화됐지만 90년대 당시만 해도 영업은 전공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술’이 아닌 ‘지식’으로 하는 영업을 선택한 전략은 적중했고 그는 인터리스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라섰다.



변 대표는 화장품 업계에 몸담으며 빈약한 한국의 ‘화장품 안전성 인증’ 시스템을 주목했다. 그는 “당시 화장품 검증을 받으려면 외국업체나 대학병원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며 “외국업체는 돈·시간·언어 등 모든 것이 문제였고 대학병원은 수천만원의 돈을 내도 결과서는 겨우 3~4장 나와 제대로 된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변 대표는 마침 같은 사업 아이템을 준비 중이던 문태기(53)·김남수(53) 피부과 전문의(현 엘리드 연구위원)와 합심해 2001년 엘리드를 창업한다.

초기 사업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로 생긴 분야인지라 엘리드 직원들도 공무원들도 어떻게 체계를 잡아야 하는지 수없이 헤매기 일쑤였다. 시간이 흐르자 화장품 임상실험이라는 분야가 점차 자리를 잡았다.

2000년대 아시아가 ‘핫’한 화장품 시장으로 떠올랐다. 해외 인증 기관은 대부분 서구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활한 아시아 진출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사람을 통해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했다. 이는 엘리드가 자연스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변 대표는 “엘리드의 연구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부한다”며 “해외 유명 화장품 회사 관계자도 우리 시설을 보고 ‘세계 최고 중 하나’라고 감탄할 정도”라 말했다.

현재 국내 화장품 안전성 인증 업체는 10여개로 하나의 산업군을 형성했다. 변 대표는 “K뷰티 열풍에서 보듯이 국가적으로 화장품 산업에 관심이 높은 상태”라며 “저희 같은 회사들을 단순히 화장품 부속산업이 아닌 또 하나의 산업군으로 바라보고 지원해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