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석탄 나르던 그길 '하늘길' 되다…강원 정선

by강경록 기자
2016.07.15 06:16:10

석탄 나르던 옛길 ''운탄고도''
10여개 구간…15분 산책코스부터
3시간 걸리는 트레킹코스까지
갱도 침하로 생긴 도롱이연못서 휴식
편백나무·소나무 피톤치드 샤워
슬로프에 핀 야생화꽃밭 절경 만끽

강원 정선 하늘길의 한 지점서 만나는 화절령. 예부터 정선을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다. 봄철이면 진달래·철쭉이 만발해 행인이나 나무꾼이 꽃을 꺾어간다고 해 ‘꽃꺾이재’ ‘화절치’라고도 불렀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운탄고도(雲坦高道).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이란 뜻이다. 석탄을 나르던 길이 명품 트레킹 코스가 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의 하이원리조트를 둘러싼 백운산 정상에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하면서도 평평하게 난 산길이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의 능선은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운탄고도의 또 다른 이름은 ‘하늘길’이다. 쇠락하는 석탄산업의 대책으로 1998년 강원랜드가 탄생했고, 강원랜드의 대표 브랜드 하이원리조트는 운탄고도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하늘길’을 만들었다. 임도를 가르는 오솔길에는 계단이 생겼고 곳곳에 표지판이 섰다.

◇탄가루 날리던 운탄길의 화려한 변신

운탄고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運炭古道). 멀지 않은 옛날 정선·영월·태백지역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은 산업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였고 연탄은 국민생활의 필수품이었다. 1957년 함백역이 개통한 후 탄광에서 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2000여명의 국토건설단이 삽과 곡괭이, 그리고 눈물로 40㎞의 길을 냈다. 전성기에는 석탄을 실은 제무시(GMC) 트럭이 검은 탄가루를 날리며 산자락을 내달렸다. 그러다가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탄광들이 폐광하면서 이 길도 제 소임을 다했다.

하늘길은 산책코스와 등산코스로 나뉜다. 10여개의 코스를 갖춰 자신의 체력에 맞는 길을 택하면 된다. 15분짜리 산책코스부터 3시간 이상 걸리는 트레킹코스도 있다. 하이원리조트에서 출발한다면 마운틴콘도에서 하늘마중길·도롱이연못·낙엽송길을 거쳐 전망대와 하이원CC에 이르는 ‘9.4㎞ 3시간 코스’와 밸리콘도에서 출발해 무릉도원길·백운산(마천봉)·산철쭉길·마운틴탑(고산식물원)·도롱이연못을 거쳐 하늘마중길과 마운틴콘도에 이르는 ‘10.4㎞ 4시간 코스’가 인기다. 만항재(1330m)에서 화절령을 거쳐 새비재(조비치)까지 이어지는 전체 하늘길은 40㎞에 육박한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하루에 이 코스를 모두 걷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화절령 구간까지는 비교적 완만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하늘길의 트레킹코스에서 마운틴콘도로 내려오는 길.


하늘길 코스에는 수많은 계곡이 있지만 대부분 물이 흐르지 않는다. 땅 아래 거미줄같이 얽힌 갱도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저수지 같은 것이 나오는데 폐광 침출수 정화시설이다. 코스 후반부는 약간의 경사가 있어 살짝 땀을 흘려야 한다. 바위로 만든 강이 흐르는 듯 보이는 테일러스 지형(화산암으로 이뤄진 거대한 암석 봉우리가 빙하기를 거치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동안 균열이 생겨 만들어진 지형)이 이 구간의 특징이라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 밀양의 얼음골과 태백산 당골의 돌무지 계곡과 비슷하다.

하늘길의 트레킹코스에서 마운틴콘도로 내려오는 길.


◇걸으면 힐링이 된다

이번에 다녀온 코스는 마운틴탑에서 산죽길을 거쳐 하늘마중길로 돌아내려오는 길이다. 약 5㎞ 정도에 내리막이라 산책하기에 제격인 구간이다. 하이원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까지 올라가 전망대 뒤편에서 코스를 시작한다. 첩첩산중 백두대간 산맥의 장엄함을 뒤로하고 ‘산죽길’로 접어들면 세상은 초록. 오솔길을 따라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고 원시림이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는 임도가 나온다. 화절령이다. 화절령은 예부터 정선을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해 행인이나 나무꾼이 꽃을 꺾어가곤 했기 때문에 ‘꽃꺾이재’ ‘화절치’라고도 불렀다. 농촌에서 땔나무를 하는 나무꾼이 이곳에서 꽃 꺾기 내기를 하기도 했는데 여러 종류의 꽃을 먼저 꺾은 사람이 이기는 게 규칙. 놀이에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나무 한 단씩을 더 해줬다고 한다.



하늘길의 비경으로 꼽히는 도롱이연못.
여기까지 왔다면 하늘길의 비경 도롱이연못을 둘러보는 것은 필수다. 산중 깊은 곳의 작은 연못은 1970년대 산허리를 파들어 간 갱도로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생겼다. 연못을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광부의 아내에 얽힌 스토리가 적혀 있다. 탄광 사고가 빈번했던 시절 광산노동자인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갱도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탄광으로 달려갔다. 생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건 탄광이 무너지고 물이 차오르며 생긴 연못. 아내는 그 연못에서 나오는 도롱뇽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남편이 무사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못의 이름이 ‘도롱이연못’이 됐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하늘길의 비경으로 꼽히는 도롱이연못.


여기서 200m만 더 가면 아롱이연못도 나온다. 아롱이연못을 지나면 하늘마중길이다. 좁은 산길 양옆으로 도열한 듯 이어진 낙엽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다. 삼나무·편백나무·산죽·상수리나무·주목·소나무 등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견뎌낸 장수나무가 뿜어내는 다량의 피톤치드에 온몸을 씻어내듯 걷는 길이다.

◇순백의 슬로프에 핀 야생화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순백의 데이지.
하이원리조트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야생화투어’를 진행한다. 이즈음 겨울철 하얀 눈으로 덮여 있던 스키장슬로프는 순백의 데이지 등 제철 야생화로 뒤덮인다. 여기서 야생화 감상법은 두 가지. 먼저 카트를 타고 마운틴베이스에서 마운틴탑·밸리허브·마운틴베이스까지 약 9㎞ 구간을 돌아오는 카트투어가 있다. 또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에서 밸리나 마운틴코스 슬로프 트레킹투어를 하는 리프트투어다.

특히 카트투어에는 자연환경 해설사가 동승해 야생화는 물론 하늘길 운탄고도의 문화와 역사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야생화투어는 10월 초까지 운영하는데, 카트투어는 성수기(7월 23일~8월 21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외 기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 2000원이다. 리프트투어는 2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사전예약할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상행은 제우스 리프트, 하행은 주피터 리프트에 탑승하면 된다. 요금은 카트투어와 같다.

아울러 통합권으로 관광곤돌라+알파인코스터+카트투어 3종 중 2종을 선택할 수 있는 ‘빅 2권’과 3종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빅 3권’을 이용할 수 있다. 통합권은 주중에만 이용할 수 있으며, ‘빅 2권’은 어른 2만 2000원, 어린이 1만 8000원,‘빅 3권’은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여행메모

그래픽=이데일리 디자인팀
△가는길=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나들목으로 빠져나간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방면으로 향하면 하이원리조트다.

△먹을곳=사북역 근처 한우리 정유식당(033-592-8000)은 최상급 태백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별미는 된장과 강된장에 비벼 먹는 곤드레비빔밥이다. 하이원리조트의 전통한식당 운암정에서는 여름 별미로 ‘곰취냉면 세트’를 추천한다. 곰취냉면은 곰취 수액을 추출해 반죽과 함께 버무려 만들었다.

△잠잘곳=하이원리조트는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해 다양한 호텔·콘도 패키지를 출시했다. 조식 패키지는 13만 9000원에서 24만 9000원. ‘로맨틱 썸머 패키지’은 일정에 따라 21만 9000원에서 25만 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노란 데이지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야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