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파이부터 막걸리까지'..먹거리 점령한 바나나

by함정선 기자
2016.04.28 08:11:57

초코파이가 몰고 온 식음료 업계 ''바나나 열풍''
막걸리, 빵, 쉐이크 등 바나나 활용에 ''올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에 바나나 효능도 부각

빙그레가 바나나맛 우유를 테마로 서울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문을 연 ‘옐로우 카페’.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병신년(丙申年) 원숭이의 해, 바나나 열풍이 뜨겁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바나나로 만든 파이를 먹고 바나나로 만든 막걸리를 마신다. ‘국민 과일’로 불리는 바나나가 우유뿐만 아니라 스낵과 빵, 음료와 술을 만나 위세를 떨치고 있다.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로 손꼽히는 바나나의 변신에 소비자들도 즐겁다. 향긋하고 달콤한 바나나를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까지 생겨났기 때문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바나나’
올해 바나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단연 오리온의 초코파이다. 오리온은 지난달 창립 5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 바나나’ 제품을 출시했다. 1974년 출시된 초코파이가 42년 만에 새로운 변신을 꾀한 것. 바나나 초코파이는 연구개발 기간만 3년이 걸렸다. 초코파이 특유의 맛은 살리면서 바나나의 맛과 향을 더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초코파이의 변신은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없어서 못 파는 품귀 현상이 지속됐으며 3주 만에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고, 출시한 달 만에 1400만개가 팔렸다. 오리온은 서둘러 초코파이 바나나 생산 라인을 확장하고 공급 확대에 나섰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초코파이 바나나 제품이 마트 가격 대비 4~5배 비싸게 팔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롯데제과도 잇따라 ‘몽쉘 초코&바나나’를 출시하며 바나나 열풍에 힘을 보탰다. 이 제품도 출시 한 달 만에 1500만개가 팔렸다. 4월 한 달 동안 팔릴 몽쉘 초코&바나나의 판매량은 3000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롯데제과는 ‘말랑카우 바나나’, ‘바나나 감자칩’ 등 바나나를 활용한 다양한 제과 제품을
국순당 쌀바나나
내놓으며 바나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과업계가 주도한 바나나 열풍은 주류와 베이커리, 카페 업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 국순당은 바나나 맛 막걸리 제품을 출시했다. 생쌀 발효법으로 빚은 술에 바나나 퓨레를 넣어 바나나 고유의 식감과 풍미를 살렸다. 최근 유행하는 탄산의 청량감까지 더해 젊은 층의 입맛을 노렸다.

바나나 막걸리는 출시 이후 바나나 열풍과 함께 입소문을 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바나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서로 공유할 정도다.

특히 국순당은 바나나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과일임을 고려, 이 제품을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등 11개 국가에서 동시 출시하기도 했다.



바나나 케이크와 바나나 빵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스타벅스가 최근 선보인 구운 바나나 케이크는 20대 여성들의 입소문에 신제품임에도 인기를 끌고 있고, 신세계푸드가 ‘데이앤데이’ 브랜드로 선보인 ‘치키타바나나케이크’는 출시 한 달 만에 2만개가 팔렸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베이커리 브랜드를 총동원해 바나나 케이크부터 바나나 소보로, 바나나 바게트, 바나나 크루와상 등 다양한 종류의 빵에 바나나를 넣은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카페·외식 업계 역시 바나나 열풍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디야커피, 맥도날드 등이 앞다퉈 바나나를 활용한 신제품들을 출시했다. 맥도날드는 딸기와 바나나를 섞은 ‘딸기 바나나 스무디’를 선보였고, 이디야커피는 바나나쉐이크를 재출시했다.

외식 업계에서도 바나나를 활용한 메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태원과 가로수길, 명동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의 음식점에서는 바나나를 넣은 이색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국 음식인 춘권에 바나나를 넣은 ‘바나나 춘권’부터 ‘바나나 푸딩’ 등이 카페에 등장했고, 명동 길거리에서는 ‘바나나 튀김’과 ‘바나나 크레페’가 인기다.

롯데제과 바나나관련 제품
바나나의 인기에 반사 이익을 기대하는 제품들도 있다. 40년 넘게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던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와 농심의 ‘바나나킥’ 등 전통적인 바나나 관련 제품들이 주인공이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바나나 제품들은 대부분 과일 바나나 고유의 맛이 아닌 바나나 우유 맛을 활용했다. 40년 넘게 바나나맛 우유에 길든 소비자들이 초코파이나 막걸리에서 익숙한 바나나맛에 친근감을 느낀다는 게 이유다.

유통업계에서는 바나나 열풍이 불기 시작한 후 바나나맛 우유와 바나나킥 매출이 10~20%가량 늘어났다.

바나나에 대한 인식 변화도 바나나 제품 확대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바나나는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과일이라는 인식에 가공식품 활용도가 높지 않았지만 최근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바나나에 대한 소비자 생각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나나가 식이섬유, 비타민 등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바나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라 당분간 바나나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마련한 바나나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