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5] "M&A는 벤처 성장 돕는 동력, 한국 M&A 문화 개선돼야"

by김관용 기자
2015.06.19 07:15:00

[이데일리 제6회 세계전략포럼]
'국민내비 김기사' 신화 박종환 록앤올 대표 인터뷰
"사람 빼가는 방식으로 기술 습득하는 대기업 관행 바뀌어야"
"창업은 인생에서 단 한번의 기회, 신중히 접근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자본금 1억5000만원으로 회사 동료 여섯과 회사 설립, 국내 10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극, 국내 대표 모바일 플랫폼 업체에 수 백억원의 몸값을 받고 회사 매각.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인 ‘국민내비 김기사’를 개발한 박종환 록앤올 대표의 이야기다.

벤처 성공 신화를 일궈낸 박 대표는 지난 11일 제6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 인터뷰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우리같은 사례가 많지 않아 큰 관심을 받았던 것 같다”면서 “벤처 M&A 사례가 자연스럽고 자주 있는 일이라면 큰 기사꺼리가 아닐 것인데 한편으로는 씁쓸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록앤올은 지난 달 다음카카오에 626억원의 몸 값을 받고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력 하나만 믿고 창업해 6년 동안 서비스를 이어온 박 대표는 일약 모바일 업계의 신화로 등극했다.

그런 그는 한국 기업 문화는 M&A에 인색하고 협상시에도 적절한 대가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의 창업 환경 개선과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스라엘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인 ‘웨이즈’는 지난 2013년 구글에 13억 달러(약 1조3700억원)에 매각되는 등 해외 에서는 벤처 M&A가 자주 있는 일이지만 한국의 M&A 문화는 성숙돼 있지 않은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M&A를 통해 만들어 나가는 문화가 돼야 한다”면서 “사람 빼가기를 통해 대기업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M&A를 통해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표는 “창업 관련 정부 정책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출 중심의 자금지원이 아닌 투자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자금을 사용하려면 창업가의 연대보증이 필요한데 이같은 관행이 사라져야 창업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처음 록앤올을 시작할 때 연대보증을 통한 대출로 사업을 시작했다. 두려웠지만 이것 아니면 대안이 없었다”면서 “신용불량자를 만들어내는 이같은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T(030200) 협력업체였던 포인트아이에서 피쳐폰용 내비게이션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던 박 대표와 그의 동료들은 지난 2010년 5월 록앤올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 8개월만에 내놓은 국민내비 김기사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방대한 교통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의 교통 흐름을 분석한다. 국민내비 김기사는 1분 단위의 업데이트로 이용자가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내내 최적의 경로를 제시한다.

박 대표가 내비게이션이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 배경은 창업 멤버들의 기술력이 우수했고, 대기업들이 이미 진출한 시장이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기 록앤올은 스마트폰에 최적화 된 내비게이션 개발을 목표로 사전 검색 기능과 블랙박스 기능 등을 통해 대형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록앤올은 대규모 마케팅을 할 수 없는 벤처기업이었기 때문에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용자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도 여러 스마트폰을 구매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피드백을 준 내용에 대해 검증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국민내비 김기사 공식 카페’가 있을 정도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용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민내비 김기사에 즐겁고 재밌는 콘텐츠도 추가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운전 중에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4가지 버전의 구성지고 정겨운 사투리 길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꼬마버스 타요, 로보카폴리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음성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국민내비 김기사는 여전히 매월 1억건 이상의 길찾기 검색이 이뤄지는 등 활발한 이용자 사용성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벤처의 존재 이유는 ‘혁신’에 있다고 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M&A나 기업공개(IPO) 등의 성장 여력을 만드는 원천이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대기업이 100원을 들여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벤처가 10원에 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며 “벤처는 도전이지만 도전은 혁신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표는 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결혼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회사는 성공할 가능성 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만일 실패한다면 그 꼬리표는 평생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벤처를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은 스타트업이나 일반 기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경쟁력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창업하는게 좋다”면서 “평생에 걸쳐 창업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 많아봐야 두 번인데 충분한 경험과 사전 준비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하는게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부산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온 이후 10년간 우직하게 내비게이션 기반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한 창업은 공동 창업자 3명이 각각 퇴직금 5000만원씩을 내 시작했다. 박 대표가 창업에 나선 때는 39세였다.

그는 “창업 기업들이 시작할 때는 모두 성공할 거라고 자신하고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창업자들이 부지런히 열심히 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린다. 주변 환경이나 옆을 바라보지 않고 잘 될때까지 끝까지 한다는 마음가짐이 록앤올의 성공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카카오에 인수된 이후에도 록앤올은 독립적으로 사업을 수행한다. 다음카카오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으로 다음카카오의 O2O(Online to Offline) 사업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역시 인수 발표 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감에 있어 내비게이션 등 교통 관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록앤올의 방대한 교통 정보 및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과 다음카카오와의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밝힌바 있다.

이미 다음카카오는 최근 출시한 ‘카카오택시’에 국민내비 김기사를 연동해 길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승객의 콜 요청을 수락한 후 별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해 승객의 위치 또는 목적지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대리운전과 퀵배달 서비스 등 교통 관련 O2O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내비 김기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록앤올은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투자 유치 자금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국민내비 김기사의 일본판인 ‘드라이비(Dribee)’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에서의 서비스 안착을 통해 이용자 확보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최적의 길 안내를 제공하는 도우미가 되겠다는 포부다.

박 대표는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음카카오의 일원이 됐으니 회사의 해외 진출 전략에 발맞춰 록앤올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향후에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 및 시설 투자, 이용자 불편 사항 개선, 브랜드 인지도 향상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동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부산대학교 전자계산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만 29세에 서울로 상경해 당시 KT 자회사였던 한국통신정보기술(KTIT)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위치 기반 기술 벤처회사인 포인트아이에서 피쳐폰용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국내 출시 이후 무료 내비게이션 서비스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포인트아이는 내비게이션 사업 철수를 결정, 박 대표는 동료들과 창업을 결심했다. 김원태 록앤올 공동 대표와 신명진 부사장은 이때 만났던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