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KT '어려울 때는 창보다 방패'

by류성 기자
2014.02.11 08:47:29

권오준, 황창규 신임 회장,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구동성
전임 회장들, 사업 다각화 및 공격경영과 180도 정반대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어려울 때는 창보다 방패.’

포스코와 KT 구원투수로 각각 나선 권오준 회장 내정자와 황창규 회장이 모두 공교롭게도 “기본에 충실하자”는 경영화두를 내걸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의 권 회장 내정자는 본업인 철강 경쟁력강화를, KT의 황 회장은 통신사업 역량제고를 각각 조직부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임 회장들의 사업전략과는 180도 정반대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준양 포스코(005490) 회장과 이석채 KT(030200) 전회장 모두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자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치면서 결과적으로 조직의 몸집을 부풀렸다는 평가다.

두 그룹 모두 사업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경영환경에서 사업다각화나 공격경영보다는 본연의 사업에 집중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1월 포스코는 조직 내부에서 철강기술의 달인으로 손꼽히는 권오준 사장을, KT는 삼성전자 반도체신화의 주역인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각각 그룹의 회장으로 내정 또는 선임했다.

2013년 공정위가 발표한 자산기준으로 포스코는 재계순위 8위(81.1조), KT는 16위(34.8조)이다. 두 회장 모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017년까지 3년간 각각 그룹을 이끌게 된다.

올해 초 포스코와 KT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각각 나선 권오준(왼쪽) 회장 내정자와 황창규 회장이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경영화두를 내걸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그룹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던 전임 회장들의 사업전략과는 180도 대조적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데일리 DB
지난달 27일 KT호 ‘선장’으로 취임한 황 회장은 곧바로 임원 3분의1 이상을 축소하는 대폭인사를 단행하는 등 조직경량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래융합전략실 신설과 삼성전자 출신인 김인회 전 상무를 재무팀장으로 영입한 점이 눈에 띈다. 황 회장이 그룹 전체의 인사와 핵심사업을 조율하는 삼성의 미래전략실 기능과 사업을 철저하게 수익위주로 운영하는 ‘관리의 삼성’식 조직경영에 방점을 두고 KT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황 회장은 삼성 특유의 스피드 및 관리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KT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카드(BC카드),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053210)), 렌탈(KT렌탈) 등 비통신사업에 대해서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23개에 그쳤던 KT 계열사 규모는 현재 55개로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조직이 방대해졌다.

KT 관계자는 “본업인 통신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본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있어서는 기존사업과의 연관성을 철저히 따져 외연을 넓혀 나가는 삼성식 경영스타일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은 이를 취임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융합서비스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만들겠다”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지난달 16일 포스코 수장으로 내정된 권 내정자는 “기본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핵심사업인 철강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무역(대우인터내셔널(047050)), 건설(포스코(005490) 건설), 에너지(포스코에너지) 등 비 철강분야 사업은 수익성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포스코 내부예상이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포스코를 견인하려던 정준양 회장의 경영방향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일 전망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철강사업의 부족분을 무역, 건설, 에너지 등으로 메우고자 사업다각화 전략을 고수했다. 그 결과 그룹 연결재무재표 기준으로 지난 2010년 전체 매출액에서 철강부문 비중이 74%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55%로 급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를 보다 싸게 구입해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생산을 할 수 있도록 생산원가 및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우선을 두고 조직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권 회장 내정자가 본연의 사업인 철강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하지만 주변 경영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세계적 철강수요가 감소세에 있는데다 중국업체들의 증산으로 공급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최자영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업이 어려울수록 본업에 충실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이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정체된 본업과 연관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