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연합뉴스 기자
2013.12.28 12:19:04
밑바닥 군심 다지기…대외적으론 체제 안정 과시
(서울=연합뉴스)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선군정치’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장성택 처형 이후 첫 공개활동으로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시찰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군 관련 시설을 잇따라 방문하고 전에 없던 군 부문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연일 군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22주년(24일)’과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2주년(30일)’이라는 군 이벤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장성택 숙청 이전에는 노동당을 앞세운 모양새였으나 이후 선군정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택 처형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이달 13일 이후 지난 보름간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인민군 설계연구소(14일·이하 보도시점 기준), 제313군부대 산하 8월25일수산사업소(16일) 현지지도, ‘허철수 소속부대’에 어선 하사(19일), 제526대연합부대 지휘부 시찰(25일), 인민군 수산부문 모범 일꾼 표창(27일), 초병대회 참가자들과 격술훈련 참관(28일) 등 선군정치에 집중됐다.
특히 건군 이래 처음으로 ‘인민군 수산부문 열성자 회의’ 개최를 지시해 군인들의 먹거리 등 후생복지를 직접 챙기는가 하면 이들을 당 중앙위원회 회의실로 불러 직접 표창하는 등 파격적으로 우대했다.
조선중앙통신이 28일 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초병대회 참가자들과 군인들의 격술훈련을 봤다고 보도하면서 언급한 ‘초병대회’도 전례 없는 행사다.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24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을 때도 당·정·군 간부 모두 함께했던 작년과는 달리 김정은 체제에서 재편된 신진 군 고위 간부들만을 대동해 군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김 제1위원장의 잇따른 선군 행보는 내부적으로는 밑바닥 군심을 다지며 장성택 숙청에 따른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불안정한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를 향해 김정은 체제의 공고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장성택의 빈자리를 군부가 메워가는 세력재편 과정에서 이념적인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선군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군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수용하면서 위상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군을 다잡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김정은이 군을 끌어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장성택 숙청으로 영향력이 커진 군부의 지지를 얻으려고 편승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