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해외기업과 손잡았는데...2조원대 합작 날릴 판"

by김보경 기자
2013.12.23 08:34:52

[규제개혁이 창조경제다] ⑩외투법 개정 표류 암초만난 기업들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SK종합화학은 지난해 11월부터 5월 울산콤플렉스내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을 연간 100만t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5월 준공 예정이지만, 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외투법)이 국회에서 수개월째 표류하면서 일본의 JX에너지와의 합작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 외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체 투자금액 9600억원 중 JX에너지측이 부담하기로 한 4800억원을 SK종합화학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월 일본 쇼와셀·다이오오일과 50대 50으로 여수에 1조원 규모의 PX공장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SK종합화학과 마찬가지로 외투법에 발목이 잡혀 1년 8개월째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우선 경제활성화법으로 꼽은 외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공전하면서 SK그룹과 GS그룹은 합작사업이 수포로 돌아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투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막고 있다고 판단해 예외조항을 두기 위해서 마련된 법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자회사)를 설립할 때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는 모두 그룹 지주회사인 SK와 GS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합작회사를 둘 수가 없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외투법을 개정해 투자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SK종합화학이 작년 11월부터 짓고 있는 율산 파라자일렌(PX) 공장 전경. SK종합화학 제공.
외투법 개정안은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자회사)의 주식을 50%만 가져도 증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 모두 손자회사이므로 해외 합작을 통해 지분 50%만 가져도 공장을 짓고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그룹은 SK종합화학 외에 SK루브리컨츠도 이 법안에 걸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JX에너지와 3100억원대 울산 제3윤활기유 공장 신설하기로 했기 때문. 당시 해당 지분비율 만큼의 전환사채를 3년 만기로 JX에너지에 발행하는 방식으로 합작사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 내로 규제완화가 되지 않을 경우 투자가 무산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간 입장치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외투법이 연내처리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12월 임시국회가 2주가량 남았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이 법제사법위를 거쳐 남은 두 차례(26일·30일)의 본회의에서 처리되려면 사실상 이번 주가 최종 시한이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경제활성화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만큼은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민생 살리기 법안이 더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외투법에 대해서는 ‘재벌특혜 법안’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투법의 본래 취지는 대기업의 계열사 문어발 확장을 막자는 것이지 투자활성화를 저해하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석유화합업종은 증설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에 발목이 잡혀 계속 미뤄지게 되면 해외 투자가 무산될 수 있어 외투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