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7.10.17 08:38:39
부동산 둔화와 고용시장 불안이 소비 위협
유통업체 실적에서도 소비둔화 징조 포착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소비의 제국이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 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미국 소비 경기 전망이 날로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16일(현지시각) `소비자 구매 파티는 끝났다(The consumer buying binge is over)` 기사를 통해 더이상 1999년과 같은 소비경기 활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미국 소비 경기 둔화 우려는 빈번하게 등장해왔다. 하지만 포천은 지난 몇 년간 등장했던 소비 둔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미국은 무려 2조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소비에 사용했다. 미국의 대량 소비가 없으면 아시아와 유럽은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수출할 곳이 없어진다.
포천은 미국 소비 경기를 지탱했던 양대 축인 고용시장 호조와 부동산 경기가 모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비록 9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긴 했지만 최근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증가하는 등 고용시장 불안정 조짐이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클린턴 정권에서 경제자문을 담당했던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8월 미국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은 것은 5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기존주택 판매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다 주택 가격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인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집값 하락이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의 최대 위협"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관련기사 ☞ 추락하는 美 집값 `날개가 없다`..후폭풍 우려
이는 자산 가격 하락이 소비 감소를 야기하고 이것이 자산 가격의 추가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역(易)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포천은 주요 유통업체들의 실적에서도 소비 위축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매출 감소로 지난 8월 실적 목표를 하향했다. 미국 2위 유통업체 타깃, 미국 2위 건축자재 판매업체 로우스도 매출 전망치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