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남’ 데리고 연말모임 온 친구, 모른 척 해야 할까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12.09 09:53:39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선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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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들 연말 모임이 있었습니다. 다섯 친구가 매해 모이는데요. 세 명은 결혼을 했고, 두 명은 아직 미혼입니다. 남편들과도 가끔 만나는 사이라 이번 모임에도 참석 가능하면, 부부 동반을 해도 되는 걸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사귀는 남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딸도 있고 남편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불륜남’을 데리고 온 거죠. 대체 왜 그 남자를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서로 눈짓을 보내고 모임 분위기가 좀 이상했습니다. 물론 그 남자는 식사만 하고 일찍 자리를 떴는데요. 친구 남편하고 딸 얼굴이 떠올라 저는 말도 잘 못 섞겠고 웃질 못하겠더라고요.
저희 남편도 같이 갔는데. 그 자리에선 가만히 있더니 집에 와서 엄청 화를 내더라고요. 제 친구가 너무 뻔뻔하다며 친구 남편한테 이 상황을 이야기하겠다면서요. 예전에 한번 같이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있거든요.
저는 ‘부부가 알아서 할 문제니까 그냥 두라’고 했는데도, 남편은 ‘당장 친구 남편에게 전화하겠다’고 해서 말리느라 혼났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를 친구 남편에게 언질이라도 하는 게 나을까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하는 경우, 민법 제840조가 정하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배우자에게 부정행위가 있었을 때’에 해당합니다. 사연의 친구는 남성과 몰래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 지인들 모임 즉 ‘부부동반 모임’까지 동행을 한 것인데요. 모임에 온 친구들도 불쾌할 수 있지만, 배우자인 남편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불법 행위의 정도가 가중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친구 남편에게 알렸을 경우, 친구가 본인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너 때문에 이혼하게 생겼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건 아닌지 염려될 수 있는데요.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죄로 ‘공연성’, ‘전파 가능성’을 요건으로 합니다.
여기서 공연성의 경우,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처럼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로 인해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면서 공연성이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친구 남편에게 친구의 부정행위 사실을 알린다 해도 그 발언 대상의 배우자에 해당해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사연자나 지인들이 친구가 불륜남을 데리고 부부 동반 모임에 참석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남편이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 배신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적절한 만남인 것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도록 유도하거나, 커플 여행을 함께 하면서 남편에게는 모르는 척 소위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등으로 일정부분 가담하게 되면 위자료를 부담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모임이 부부 동반 모임이고 오랜 친구라는 점을 보면 친구가 모임에 동행한 남성이 ‘불륜남’이라고 단정하는데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 거라 봅니다. 다만 부정행위는 이혼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부부동반 모임에 같이 나온 것이 상당히 부적절하기는 하지만, 그 남성에 대한 호칭과 만남 정도 등 사연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불륜으로 볼만한 상황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이를 전할 때에도 보고 들은 상황에 대해서만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