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참사'로 세 딸 잃고 장학재단 세운 정광진 변호사 별세
by김민정 기자
2023.05.20 16:39:46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와 관련, 세 딸을 잃고 장학재단을 설립한 정광진 변호사가 지난 19일 오후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63년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재직하다 시각장애를 겪던 큰 딸 정윤민(1995년 사망 당시 29세)씨의 치료비를 위해 1978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윤민 씨는 가족들의 노력에도 시력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1988년 미국 버클리대 유학길에 올라 석사 학위를 받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시각장애인들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해 서울맹학교 교사가 됐다.
그러나 윤민 씨는 교사가 된 지 9개월 만인 1995년 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때 둘째 유정(1995년 당시 28세), 셋째 윤경(당시 25세) 씨와 함께 참변을 당했다.
정 변호사는 참사 이후 보상금 6억 5000만 원과 개인 재산을 더한 13억 5000여만 원으로 세 딸의 이름을 딴 ‘삼윤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를 큰 딸의 모교이자 첫 직장인 서울맹학교에 기증했다.
서울맹학교는 1996년 11월5일 교정에서 재단 설립 기념비를 제막했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정 변호사에게 “정 변호사가 베푼 고귀한 사랑은 세 딸의 못다 한 꿈을 이루는 일일뿐 아니라 앞 못 보는 어린 학생들에게 어둠을 밝혀주는 ‘희망의 빛’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유족으론 부인 이정희 씨, 외손자 윤상원 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은 22일 오전 7시30분, 장지는 용인평온의숲 시안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