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껍질이 있는 걸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by이명철 기자
2021.12.18 11:30:00

물의 표면장력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학교 다닐 때 물이 가득 채워진 컵에 클립을 하나씩 넣었던 실험 기억하시나요?

물이 찰랑찰랑한 컵에 클립을 하나씩 넣기 시작합니다. 클립이 하나만 더 들어가도 물이 넘칠 것 같지만 컵의 물은 클립 한 통이 다 들어가도 표면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기만 할 뿐 넘치지 않습니다.

이 실험이 가능한 것은 물 분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 표면이 부풀어 오르기는 하지만 쉽게 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는 표면을 당기고 수축시키는 힘이라는 의미로 표면장력(表面張力)이라고 합니다. 물 표면은 이 힘에 의해 당겨지고 수축돼 단단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마치 표면이 막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투명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약한 힘이지만 자연 속에서는 이 힘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작은 곤충에게는 치명적인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1998년 개봉한 ‘개미’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병정개미 Z가 이슬방울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위기를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개미 크기의 작은 곤충은 물방울에 갇히면 표면장력을 이기고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어서 물방울에 빠져 죽게 됩니다.

표면장력이 가장 큰 물질은 수은입니다. 물보다 6.7배나 큰 값을 가지고 있어서 바닥에 떨어져도 물처럼 흩어지지 않고 마치 구슬처럼 굴러다닙니다. 수은은 형태는 액체이지만 금속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은을 제외하면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가장 표면장력이 큰 물질입니다.

물의 표면을 당기고 수축시키는 표면장력 때문에 물방울은 잘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뭉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이 동그랗게 뭉치는 힘 때문에 풀잎에 맺힌 이슬과 빗방울이 둥근 모양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도 물의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물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기름이 물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죠.

물과 기름이 잘 섞이지 않는 특성은 물을 이용해서 때를 씻어내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때는 주로 기름 성분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세탁이나 목욕을 할 때 물로만 씻어서는 깨끗하게 씻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세제와 비누입니다. 세제와 비누는 물의 표면장력을 약하게 해 물과 기름의 경계면이 서로 섞일 수 있도록 경계면을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경계면을 활성화시켜 준다는 의미로 세제와 비누를 계면활성제라고 합니다.

물의 표면장력. (이미지=최종수 위원)


물의 표면장력은 물이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전달되는 과정에도 작용합니다.

물이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뿌리에서 밀어 올리는 힘, 나뭇잎의 증산작용에 의해 물을 끌어 올리는 힘, 그리고 물이 나무의 물관을 타고 올라가는 모세관 현상이 복합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세관 현상은 액체가 가는 관의 안쪽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모세관 현상이 가능한 것도 바로 물이 서로 끌어당기는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물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표면장력은 마술처럼 신기한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동전을 물 위에 띄우는 실험도,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도, 조약돌을 던져 물수제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모두 물의 표면장력 덕분입니다.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걸어 다니는 동물은 소금쟁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벼운 소금쟁이와 달리 200g의 체중을 가지고도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뛰어다니는 동물이 있습니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번쯤은 봤던 바실리스크(basilisk) 도마뱀입니다. 이 도마뱀이 물 위를 달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1초에 20회나 움직이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바실리스크 도마뱀처럼 물 위를 뛰어다닐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사람이 충분히 넓은 발바닥과 매우 빠른 다리를 가지고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우사인 볼트보다 4.6배 정도 빨리 뛴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