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무대 오른 국립발레단, 마음껏 펼친 팔색조 매력

by장병호 기자
2020.08.04 06:00:00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트 시리즈''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5년 결과 총결산
강수진 예술감독 직접 작품 해설 나서
"국립발레단, 관객에 감동·위로 전할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늘 드디어 관객 여러분께 직접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무척이나 감격스럽습니다. 국립발레단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를 절실히 느끼며 여러분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의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트 시리즈’ 공연. 막이 오르기 전 무대에 오른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살짝 들뜬 표정으로 관객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국립발레단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트 시리즈’ 중 송정빈 안무작 ‘아마데우스 콘체르토’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은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예정했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진행한 이번 공연이 올해 첫 기획공연이 됐다. 거리두기로 한 칸씩 띄어앉았지만 객석은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강 예술감독이 “국립발레단의 모든 무용수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려온 오늘, 어느 때보다 무용수들에게 큰 박수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번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2015년부터 진행해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 시리즈’의 지난 5년을 총결산하는 무대였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는 단원들에게 안무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립발레단의 자체 레퍼토리 개발을 목표로 강 예술감독이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선보인 총 36개 작품 중 7편의 작품을 엄선해 무대에 올렸다. 강 예술감독은 직접 작품 해설로 무대에 올라 공연의 의미를 더했다.



기존 전막발레 공연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국립발레단의 팔색조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레 본연에 충실한 작품부터 물론 한국무용, 현대무용과 만난 색다른 작품까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막을 연 송정빈의 ‘아마데우스 콘체르토’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라단조 1악장 알레그로 음악을 고난도의 리프트 기술 등 발레 특유의 기교와 함께 선보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진 신승원의 ‘고 유어 오운 웨이’(Go Your Own Way)와 박나리의 ‘오감도’는 다소 실험적인 무대로 관객 이목을 사로잡았다.

국립발레단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트 시리즈’ 중 신승원 안무작 ‘고 유어 오운 웨이’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


손원평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김나연의 ‘아몬드’, 피아노·바이올린·콘트라베이스·첼로 등 악기를 발레의 몸짓으로 풀어낸 박슬기의 ‘콰르텟 오브 더 소울’(Quartet of the Soul) 등 기발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이영철의 ‘계절; 봄’은 가야금 연주자 주보라가 함께 해 발레와 한국적 미의 만남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했다.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강효형의 ‘요동치다’였다. 타악그룹 푸리의 ‘다드리Ⅱ’에 맞춰 7명의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몸짓의 향연이 관객의 마음을 그야말로 요동치게 만들었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하반기 기획공연을 이어간다. 강효형이 안무한 전막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8월 21~2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공연으로 준비한 ‘국립발레단 베스트 컬렉션’(9월 25·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등을 준비 중이다. 강 예술감독은 “국립발레단은 심기일전해 공연을 찾아주는 관객에게 진심 어린 감동과 위로를 드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국립발레단 ‘히스토리 오브 KNB 무브먼트 시리즈’ 중 강효형 안무작 ‘요동치다’의 한 장면(사진=국립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