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증시]한일 외교마찰의 역사…그때마다 코스피는?
by전재욱 기자
2019.07.13 10:00:00
日역사왜곡…2000·2008년 주일 韓대사 귀국
`MB독도 방문`, `위안부 부정` 주한 日대사 귀국
양국 대사 귀국 냉랭 관계에서도 코스피 매번 상승
| 나가미네 야스마사(가운데)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소재 등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와 관련해 나가미네 대사를 초치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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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국과 일본 양국은 오랜기간 골 깊은 마찰을 빚어 왔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발단이었다. 주요 지점에서는 각자 대사를 본국으로 귀국시키면서까지 대립했다. 외교에서 가장 강력한 의사 표현 방식이다. 관계 단절의 전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 없으면, 국교도 없으니, 통상은 없다. 경제에 얽힌 숫자가 민감하게 반응할밖에 없지만, 코스피는 차분하게 파고를 넘어왔다.
200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 양국은 각국에 나간 대사를 각각 두 차례 귀국 조처했다. 한국 정부는 2001년 4월10일 최상룡 주일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교과서에서 침략 전쟁을 왜곡한 때문이다. 아키히토 일왕과의 행사가 다가오고 있어 더 이목이 쏠렸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한국 정부가 일본 현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일왕이 오기로 하고, 최 대사가 의전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최 대사는 일왕과 만남을 건너뛰었다. ‘외교 결례’보다 ‘역사 왜곡’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판단이었다. 최 대사가 19일 귀임할 때까지 한일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코스피는 이 기간 497.46(9일)에서 618.96(21일)으로 24.42% 상승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7월15일 권철현 주일 대사를 불러들였다. 또 역사 문제였다.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삽입하기로 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권 대사는 귀국 직전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일본은 중요한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그가 일본으로 귀임한 것은 8월5일이다. 코스피 지수는 1558.62(7월14일)에서 1578.71(8월6일)로 1.28% 올랐다.
일본 정부는 2012년 8월10일 무토 마사토시 주한 대사를 불러들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당일 일본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본국으로 돌아간 무토 대사는 그달 22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스피 지수는 1907.13(9일)에서 1934.56(23일)으로 1.43% 상승했다.
일본은 2016년 12월6일 주한 대사를 또다시 불러들였다.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데 대한 항의였다. 한일 양국은 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고 고위급 경제협의를 연기했다. 외교부는 곧장 “매우 유감”이라는 논평을 냈고, 본국에 갔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는 2017년 1월9일 한국으로 들어와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고 당일 다시 돌아갔다. 그는 그로부터 85일 만인 4월4일 한국으로 귀임했다. 코스피는 그가 최초 출국 직전(2016년 12월2일)부터 일시 귀국할 때까지 1980.14에서 2053.18로 3.68% 상승했고, 출국한 이후 귀임한 날 다음날까지 2165.23으로 5.45% 올랐다.
정부는 2005년 3월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킨 당시 주일 대사를 소환하지 않았다. 소환하면 영토분쟁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일본은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대사를 불러들였다.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망언을 한 인물이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당시 조처를 ‘귀국’이 아니라 동향 보고를 받기 위한 ‘일시 귀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달 3월25일 한국으로 귀임했다. 코스피는 그가 출국했다 돌아오기 직전과 직후 1024.08에서 969.48로 5.33% 내렸다.
이렇듯 양국이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시기가 겹친 적 없다. 동시 공백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까지는 흐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주로 일방적인 불만 표출 수단으로서 귀국 조처가 이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른 말로 하면, 한쪽은 느긋했다는 의미다. 코스피가 크게 출렁이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