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뜨거웠던 마용성도 식었다…자취 감춘 매수매도

by박민 기자
2018.04.07 09:00:00

성동구 아파트값 하락세 전환...전주 대비 0.06% 하락
매수자 관망세 짙어지고, 매물은 한 두건에 불과
호가 낮추는 물건 나오지만 거래까지 이뤄지지 않아

올해 아파트값 상승세가 뜨거웠던 서울 강북권 일명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가운데 성동구가 처음으로 전주 대비 0.06%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이데일리 박민 기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이미 다 팔만한 물건은 다 팔아서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봐야죠. 양도세 중과로 인한 여파가 있기보다 지금은 매수세가 꺾인 게 더 문제인것 같습니다. 간혹 한 두건 호가(집주인이 팔기 위해 부르는 가격)를 낮추는 매물도 나오지만 매수자들이 안 붙고 있거든요. 매수, 매도 둘 다 자취를 감춰 그야말로 거래절벽입니다.” (마포구 도화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올 들어 아파트값 상승세가 뜨거웠던 서울 강북권 트로이카 일명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매매시장에도 냉기류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달 초부터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최고 62%까지 물리는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집값 조정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종전보다 1000만~2000만 정도 호가를 낮추는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가운데 하나인 성동구의 아파트값이 이번 주 처음으로 0.06% 떨어졌다.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6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마포구와 용산구는 전주 대비 각각 0.11% 올랐지만 지난주(0.20%, 0.12%)보다 오름폭이 줄어들면서 둔화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단기간 급등했던 가격 상승의 피로감이 확산되고 대출 규제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줄어든 것으로 감정원 측은 분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매물이 줄어들었어도 살 사람이 붙으면 가격이 계속 유지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꺾이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강화로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에서 마용성 등 한강 인접지역으로 투자수요가 옮겨붙는 반짝 ‘풍선효과’가 있었지만 다시 사그라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동구 내에서는 올해 들어 가격이 급등했던 단지에서 호가를 낮추는 단지들이 등장하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3~4개월만에 1억원 가까이 매맷값이 올랐던 옥수동, 금호동 일대 신축 단지에서 1000만~2000만원씩 소폭의 하향조정이 있었고, 성동구2가 청구강변 아파트 등지에서도 내림세를 보였다. 성동구2가 D공인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없다 보니 집주인이 매매 계약시 1000만원 정도 가격을 낮추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역시 이번 주 아파트값 상승폭은 0.11%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주 상승폭(0.20%) 대비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아현뉴타운 등 개발이 활발한 지역을 중심으로 일대 아파트가 ‘키 맞추기식’ 상승세가 그나마 이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둔화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마용성은 일종의 엘로우칩(중소형 우량주)으로 우량주인 블루칩(강남3구)의 대체 투자처로 꼽히지만 지구력이 약해 강남의 상승세가 멈추면 이들 지역도 결국 멈추게 된다”며 “당분간 매수자, 매도인 간 가격조정 불일치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하반기 보유세 개편 방향에 따라 시장 분위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매물이 줄어들면 희귀성으로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문제는 이를 받쳐줄 매수자들이 사라졌다. 여기에 올 들어 대출을 더 옥죄는 대출 규제(신DTI·DSR) 등으로 매수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까지 겹쳐지면서 당분간 거래절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거래가 끊기면서 기존 아파트는 가격 조정을 받는 곳이 있겠지만, 생각만큼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