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기업 발등찍는 '트럼프 관세폭탄'

by남궁민관 기자
2018.03.23 05:00:00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美내수 철강 가격 뛰자 '한숨'
열연강판값 석달새 37%뛰어
수입품, 관세 25% 매겨도 더 싸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미국 무역확장법232조가 시행도 되기 전에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업스트림(Up-Stream)으로 불리는 위 단계가 취약한 미국 철강 시장의 특성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으로 미국 내수 철강제품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내 철강 수요 산업에 큰 원가부담을 야기하는만큼,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무역확장법232조의 취지가 벌써부터 왜곡되는 모양새다.

22일 무역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수 철강제품 가격이 연초부터 빠르게 급등하고 있다. 한 예로 열연강판의 3월 현재 미국 내수 가격은 t(톤)당 894달러로, 연초 652.6달러 대비 3달 사이 무려 37% 급등했다.

미국 내수 철강제품 가격의 급등은 우선 원자재를 다루는 위 단계가 취약한 현지 철강시장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구조가 소비자들과 가까운 아래 단계(Down-Stream)에 치우져 있기 때문에, 위 단계에서 생산되는 철강제품들의 가격이 늘상 높게 형성돼 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조치의 일환으로 무역확장법232조 발동을 고려하면서 이같은 급등세에 불을 붙였다.



문제는 가격 상승폭과 속도다. 무역확장법232조가 발동이 되기도 전인 현재 미국 내수 철강가격은 25% 관세 부과를 전제로 한 수입 철강제품 가격을 넘어섰다. 전세계 시장에서 열연강판의 평균 가격은 연초 578달러 대비 9% 인상된 630달러다. 만약 관세 25% 부과를 가정해도 현지 내수 가격인 894달러 대비 106.5달러 싼 787.5달러 수준이다. 이같은 가격 흐름이 이어질 경우 무역확장법232조 발동 이후에도 수입 철강제품을 막기에는 쉽지않아 보인다.

가전과 자동차, 석유 및 셰일가스 관련 에너지 등 미국 철강 수요산업 업체들의 불만은 특히 무역확장법232조의 근간을 흔든다. 내수, 수입 철강제품의 가격이 모두 치솟으면서 결과적으로 수요산업들의 원가부담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확장법232조의 기본 취지가, 오히려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는 셈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확장법232조 발동 이전 전세계 통상전문가들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가 바로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트럼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 기조가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무역확장법232조 역시 현재와 방향을 달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