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가상화폐 관련 정부의 특별대책을 바라보며
by오희나 기자
2018.01.03 08:04:56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블록체인연구센터장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가상화폐(암호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가상화폐 투기가 비이성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앞서 지난달 13일 발표한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에 이은 두 번째 조치다.
특별대책의 요지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 실시, 관련 범죄 집중단속 및 엄중처벌, 가상화폐 온라인 광고 등 규제 강화, 거래소 폐쇄 등이다. 가상화폐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부가 특별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어쩌면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특별대책의 실효성을 논의하기 전에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별개로 보는 시각의 문제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떼어 놓고 생각하다보니, 한쪽에선 블록체인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규제 정책을 발표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낮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는 블록체인을 단순히 분산원장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트코인에서 탄생한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원장 개념을 내재된 특성으로 포함하고 있다. 분산원장은 수많은 사적거래 정보를 개별적 데이터 블록으로 만들고, 이를 체인처럼 차례차례 연결하는 블록체인기술을 말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에서 탄생한 블록체인은 이더리움에서 ‘스마트계약 실행 플랫폼’으로 확립됐다. 스마트 계약서를 첨부해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론적으로 블록체인은 새로운 컴퓨터이자 네트워크라는 의미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개념을 컴퓨터이자 네트워크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블록체인 경제(암호경제)’를 창안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블록체인 경제를 구축하는 기본적인 기능으로 암호화폐, 스마트계약, 스마트자산 및 탈중앙화자동화조직 기능을 강조했다. 즉 미래 블록체인 경제에서 가상화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활성화는 곧 블록체인 경제 창출을 의미하며 원활한 발전을 위해서는 가상화폐가 반드시 선결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필요불가분의 관계임을 직시하고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암호화폐 활성화가 전제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전면금지 정책은 블록체인 기술의 단편적인 이해에서 나온 매우 잘못된 정책이며 정부의 특별대책 또한 재고를 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가상화폐 관련 대책 수립에 전문가들과 충분한 토론을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특별대책이 한쪽의 주장만을 담은 결과로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블록체인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기술이라고 다들 인지하고 있으며 제2의 인터넷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1990년대 우리나라가 IT 강국을 목표로 인터넷 진흥정책을 추진해 인터넷 강국이 됐듯, 이제는 제2의 인터넷인 블록체인 진흥정책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중요하고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블록체인 진흥정책에는 필연적인 가상화폐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가상화폐와 관련한 균형적인 정부 대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균형적인 정부 대책 마련을 위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