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미 FTA 첫 공청회..파행 조짐

by최훈길 기자
2017.11.10 07:56:15

산업부 주관 FTA 보고서 발표
재협상하면 농업이 최대 피해
한미 정상 ''신속한 협상'' 합의
이르면 내달 개정협상 시작
농민측 "요식행위 공청회 반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한 공청회가 10일 열린다. 한미 FTA 개정 시 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담은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공청회를 완료하고 이달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이르면 내달부터 개정 협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하지만 농민, 시민단체들은 무분별한 시장 개방으로 피해가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여, 공청회 파행이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달 4일(현지 시간) 한미 양국이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합의한 이후 통상절차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개회사를 한 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한미FTA 개정 추진 경과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이 ‘한미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내용을 발표한 뒤 2시간 동안 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한미 양국 합의 이후 산업부가 이들 국책연구원 3곳에 연구를 의뢰한 것이다. 미리 공개된 요약본에 따르면 한미 FTA 개정협상을 하더라도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피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민감품목의 추가개방 수준이 향후 협상의 뇌관이 될 것이란 게 결론이다.

산업부는 한미 FTA 개정 관련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에 대해 “제조업 추가 개방 시 양측의 잔여 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잔여 관세율도 낮아 (국내 시장에 피해를 입히는)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들 국책연구원은 제조업의 추가 시장 개방수준에 따라 시나리오를 설정한 뒤 거시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시나리오는 ‘낮은 수준 개방 시’, ‘높은 수준 개방 시’ 등 두 개로 구분했다. 이 결과 미국의 요구대로 관세를 낮추더라도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제조업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전문가 A씨는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에서는 어떤 섹터를 개정해도 (추가개방)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자동차 안전기준 면제 쿼터, 대미(對美) 수출 자동차 및 차 부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이슈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올리려면 의회 승인을 받는 등 절차가 복잡해 추가 관세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국책연구원 측은 “농업부문이 가장 민감한 분야”라고 입을 모았다. 쌀을 제외한 일부 농산물 민감품목을 추가 개방하는 시나리오도 검토했다. 국책연구원 B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공산품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 돈 벌 수 있는 농산물 분야 등으로 요구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고추, 마늘, 양파 등 118개 품목의 경우 15년 이상 장기적인 철폐 기간이 설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농업 관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부는 농업 부문을 추가로 개방했을 경우 나타나는 피해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보고서 중 제조업 부문에 대해서만 공개했을 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일 공청회에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요약본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반발하는 상황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FTA대응 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9시 공청회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나선다.

한선범 한국진보연대 대변인은 통화에서 “지난 5년간 한미 FTA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트럼프의 ‘한미 FTA 폐기’ 협박에 따라 꼬리를 내리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요식행위로 공청회가 진행될 경우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국책연구소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을 경우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만약 10일 공청회가 불발되거나 국회 보고일이 미뤄질 경우 협상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통상절차법에 따르면 경제적타당성 검토, 공청회, 국회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한미 FTA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산업부는 11월 말까지 국회 보고를 끝내기로 했다.

산업부는 9일 “공청회에 추가해 각 업종별 유관부처 주관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한미 FTA 개정 관련 논의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일 공청회는 무엇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불만을 듣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공청회, 국회 보고가 끝나면 한미 양국은 이르면 내달 FTA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다. 참여정부 당시 양국은 2006년 2월3일 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2007년 4월2일 FTA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14개월 만에 협상이 끝난 셈이다. 이보다 빠르게 협상이 진행될 경우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19년에 개정협상이 끝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임기 내에 FTA를 개정하게 되는 셈이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