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판사다]'외고 아닌 법고' 서울 4대 외고 판사 204명 배출
by성세희 기자
2015.07.24 06:30:00
차관급 이상 고위법관 160명 전수조사..서울대 법대 79.4%
10년간 임용판사 1482명 중 대원·명덕·한영·대일외고 13.8%
판사되는 길 '지역 명문고→서울대 법대'서 '외고→SKY'로
대원외고 92명으로 최다..평검사도 3년간 60명 배출해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사법부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 독식해온 판사직에 비(非)서울대 출신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서울 소재 4대 외국어고등학교(대원·명덕·한영·대일)는 세대교체 바람을 이끄는 핵이다. 신규 임용되는 판사 100명 중 14명은 4대 외고 졸업생들이다.
이데일리는 공직자윤리법상 재산공개 및 재취업 제한 대상인 차관급 이상 고위 법관 160명을 대상으로 출신 고등학교 등 이력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수석연구관을 비롯해 전국 고등법원장과 지법원장, 수석부장판사 등이다. 아울러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 최근 10년(2005년~2014년) 간 임용된 판사 1482명을 대상으로 출신 고등학교와 대학 등을 분석해 비교했다.
고위 법관은 10명 중 8명이 ‘서울대 법대’이다. 차관급 고위 법관 160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 출신은 127명(79.4%)으로 집계됐다. 이어 고려대 법대 출신이 13명(8.1%), 한양대 법대 출신 4명(2.5%) 순이다. 서울대 법대가 고위 법관을 싹쓸이해온 것은 해방 이후 사법부가 세워진 이래 수십 년간 이어진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전통’에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 최근 10년간 임용된 판사는 서울대 출신이 788명(53.2%)으로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고려대(272명·18.4%), 연세대(114명·7.7%)와의 격차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성비 또한 비슷한 추세다. 고위 법관 중 여성 판사는 8명(5%)뿐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평균 39%로 높아지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하는 예비 여성 법조인도 전체의 43%로 증가했다. 따라서 고위직 법관의 남성 독식 현상도 완화될 전망이다. 법무부가 발간한 ‘여성법조인 및 법무부 여성공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판사 2770명 가운데 여성 판사는 27.3%(755명)다.
출신 고등학교를 비교해 보면 사법부 세대교체의 근원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고위 법관이 ‘전통 명문고’ 출신이라면 최근 임용되는 판사는 ‘서울 소재 외고’ 출신이다. 고 위법관은 160명 중 경북고 출신(11명·6.9%)이 가장 많다. 경기고, 전북고 출신이 각각 8명(5%)이고 광주제일고(5명·3.1%) 순이다.
반면 최근 10년간 임용된 판사(1482명) 중에서는 서울 소재 4대 외고 출신이 13.8%(204명)이나 된다. 지난해 말 현재 기준 전국 고등학교는 2326곳이다.
대원외고는 지난 10년간 전국 고등학교 중 가장 많은 판사를 배출했다. 최근 10년간 임용된 판사 중 대원외고 출신은 92명(6.2%)이다. 이데일리가 지난 5월 집계한 ‘2011~2014년 평검사 출신고교·대학 현황’에서도 현직 평검사 1440명 가운데 대원외고 출신(60명·4.2%)이 가장 많았다.
명덕외고(46명·3.1%), 한영외고(43명·2.9%), 대일외고(23명·1.6%)가 대원외고 뒤를 이었다. 서울 소재 4대 외고가 1, 2, 3, 4위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 판사는 23명(1.6%)이다. 비(非) 외고 가운데에서는 지방 명문고인 울산 학성고(19명·1.3%)가 5위에 이름을 올려 체면치레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