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反긴축여론 요동…국민투표 앞두고 폭풍전야

by장순원 기자
2015.07.04 13:03:49

5일 국민투표 예정대로 진행
채권단 압박에 치프라스 맞불
최근 구제금융 반대여론 확산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5일 국민투표가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여론전을 강화하고 채권단은 압박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국제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찬반’ 양론이 나뉘면서 갈피를 잡기 쉽지 않은 정국이다.

그리스 최고행정법원은 3일(현지 시간) 일부 시민이 낸 국민투표 취소신청을 기각했다. 일부 시민은 법원에 국제 채권단의 협상안을 수용할 지 묻는 국민투표가 위헌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민투표가 재정·금융정책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없도록 한 그리스 헌법 44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니코스 사케라리노 법원장은 “국민투표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신청을 기각한 사유는 나중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리스 언론은 재판부가 위헌성을 직접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소송 제기의 절차적 문제를 따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국민투표는 5일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이날 그리스의 디폴트를 공식화했다. EFSF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EFSF는 그리스의 최대 채권자”라며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은 걱정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다만. 바로 빚을 갚으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 당장 그리스의 상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일은 아니란 얘기다.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돌입한 그리스의 상태를 한번 더 각인함으로써 국민투표를 앞두고 그리스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리스 정부도 대응수위를 높이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출처:인디펜던트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긴축 안에 반대해줄 것”을 연일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부채의 30%를 탕감해 줄 것과 나머지 70%에 대한 상환도 20년간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안 찬반 양론으로 나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수도 아테네에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벌어졌다. 2만5000명의 반대 측 지지자들은 그리스 수도 아테네 산티그마 광장에 모여 “구제금융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는 치프라스 총리도 참석했다.

아테네엔 국민투표에서 찬성을 옹호하는 약 2만명의 시민도 별도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해서는 안 된다며 ‘친 유럽연합’을 강조했다.

최근 국민투표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론이 힘을 얻으면서 찬성과 반대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달 3일까지 그리스 성인 1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가 채권단 협상안에 찬성한다고 밝혔으며 반대는 43%였다고 밝혔다.

지난달 24∼26일 카파리서치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을 때만 하더라도 하더라도 찬성이 47.2%, 반대 33.0%로 찬성 쪽이 오차 범위를 넘어 우세했다. 최근 들어서는 반대가 더 우세하거나 근소한 차이만 보이는 조사 결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한국시간 5일 새벽 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