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KAL·아시아나, 북극항로로 수백억 벌고도 되레 운임 올려

by한규란 기자
2013.10.15 08:48:04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미주 노선을 운항할 때 북극항공로를 이용해 연간 수십억원의 유류비를 절약하면서도 되레 운임은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06년부터 미주 노선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해 올 상반기까지 300여억원의 유류비를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도 2009년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약 80억원을 절감했다.

북극항로는 북위 78도 이상의 북극 지역에 설정된 항공로로 앵커리지와 캄차카를 통과하는 종전 항공로를 지날 때보다 비행시간을 30분 정도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발 미주노선이 총 11개로 이 가운데 애틀랜타, 워싱턴, 뉴욕, 시카고, 토론토 등 5개 노선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에만 애틀랜타 209회, 워싱턴 174회, 뉴욕 364회, 시카고 153회, 토론토 112회를 운항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2011년 537만달러(약 58억원)를, 지난해에는 383만달러(42억원)를 절감했다. 올해 들어선 상반기까지 270만달러(30억원)를 절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뉴욕과 시카고 노선 운항시에 북극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1년 뉴욕 노선과 시카고 노선에서 각각 233만달러와 65만달러를 아꼈다. 이는 우리 돈으로 약 33억원이다.

이처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오히려 운임은 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6년 인천∼뉴욕 기준으로 평균요금을 약 204만원 받았다. 그러다 2009년 운임을 224만원으로 9% 가량 인상했다. 이듬해에도 236만원으로 약 5% 올렸다. 아시아나항공도 뉴욕 노선 기준 평균요금을 2009년 약 224만원에서 이듬해 약 236만원으로 올렸다.

정우택 의원은 “정부로부터 북극항로 이용허가를 받은 덕분에 연간 수십억의 비용을 절감한다면 승객에게 일정 부분 돌려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물가인상과 환율변동 등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많았지만 북극항로 운영 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항공운임을 동결해왔으며 이후로도 소비자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가 인상률 내에서 적극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9년 전세계 불황으로 항공료를 9% 올렸지만 2012년까지 연 평균을 따지면 운임 인상률은 2% 정도로, 이는 물가 상승률 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우택 의원은 국토부가 북극항로 운항시 승무원이 우주 방사선(태양 또는 우주로부터 지구 대기권으로 입사되는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막기 위해 보호조처를 했지만 승객은 내버려뒀다고도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규정 제정안’을 고시로 발표했다. 고시에 따르면 승무원의 방사선 노출은 연간 50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 5년간 100밀리시버트 이하로 제한된다. 단 임신한 여성 승무원의 노출 한도는 2밀리시버트다.

국토부가 정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천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은 북극항로로 12회를 왕복하면 방사선 노출 기준을 넘게 된다. 국토부는 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이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승무원의 탑승 노선을 변경하고 있다.

정 의원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승무원에게는 피폭방사선량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승객에게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북극항로 운항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절감하는 항공사들은 고객들에게 예상 방사선 피폭량이 얼마나 되는지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은 연 6 밀리시버트 이내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북극항로를 탑승하는 승객이 연 100 회 정도 탑승해야 노출되는 양으로 연간 90회 이상 미주노선을 왕복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처럼 여행하는 승객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