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자산가가 혜택받는 이상한 '두루누리사업'

by장종원 기자
2013.10.06 11:30:41

국민연금 지원받는 10억 이상 자산가 2398명 집계
91명, 건강보험료 체납하면서 국민연금 지원받아
소득으로만 지원 대상 결정..개인 자산 확인 못해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영세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의 국민연금,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의 수혜를 수백억대 자산가가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6일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루누리 사업의 수혜자 중 재산이 10억원 이상인 사람이 239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도 1378명에서 1.7배 늘어난 것이다.

100억 이상 자산가도 3명에서 8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A씨(56)는 건물, 토지, 주택을 합쳐 250억원을 보유했지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지원을 받고 있었다. 15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서울 송파구의 48살의 B씨, 132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경기도 평택시의 40살 C씨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두루누리 사업 혜택을 받는 10억원 이상 자산가 중 91명은 건강보험료 1억3000만원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0억원 자산가인 D씨(58), 재산을 83억원이나 보유한 E씨(45)는 건강보험료를 각각 1500만원, 756만원 체납했지만 두루누리사업을 신청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받고 있었다.



이에 반해 정작 기초생활수급자가 두루누리 사업의 수혜를 받는 비중은 낮았다. 국민연금에 가입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4만5754명 중 8.3%에 해당하는 3831명만이 지원을 받고 있었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두루누리 사업 대상을 소득 기준으로만 선정하기 때문이다. 사업주체인 국민연금공단 등은 개인 재산 자료를 보유하지 있지 않아 고액자산가들을 가려낼 방안이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국세청과 정보를 교류하면 되지만 법적인 부분이 미진하다.

김용익 의원은 “수십억 자산가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정부가 이들에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보험료까지 지원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임에도 이를 방치한 복지부에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면서 “기초수급자 등 실질적인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