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솔개처럼 살아라"

by황수연 기자
2012.11.07 08:50:34

aT 45년 역사상 최초 女감사, 이국희씨 인터뷰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여성들은 솔개처럼 살아야 합니다. 솔개가 제 발톱과 부리를 뽑아내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따라 80년을 살 수도, 40년만 살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들도 아픔을 이기고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45년 역사상 ‘최초 여성 감사’인 이국희 감사가 여성들에게 내놓은 조언이다. 보기드문 공기업 여성 감사로 지난해 5월부터 aT의 ‘청렴’을 책임져온 이 감사를 6일 만났다.

여성 감사에 대한 인식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만한 자질을 가진 여성도 없었지만, 감시·감독은 관례적으로 남성이 맡아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 탓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염려에 이 감사는 ‘쿨’하게 대처했다.

“45년간 남성 감사만 있어왔던 탓에 여자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느니 운전기사를 여자로 교체해야 한다느니 사소한 것에서부터 모든 게 논란이었지만, 전부 그냥 두라고 했습니다. 여성 감사도 남자 기사를 쓰면 되고, 화장실도 남성 임원 화장실을 반으로 나눠 쓰자고 했습니다.”



여성으로서 이 감사는 조직 곳곳을 변화시켰다. ‘클린 티타임’이 대표적이다. 통상 차장급 이하는 임원 방을 찾기가 어렵지만, 이 감사는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며 높은 문턱을 허물었다. 차장, 과장은 물론 말단 새내기들과 차를 마시며 업무와 애로사항 등을 허심탄회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임신, 출산과 관련, 어린이집 시설지원을 강화하고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

내부 업무를 꼼꼼하게 관찰, 견제해야 하는 감사로서 여성이 가진 섬세한 시각도 도움이 됐다. 이 감사는 ‘눈의 공정성’을 감사의 중요 자질로 꼽으며 “과거 감사는 남을 감시, 감독하면서 징계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지만 최근에는 내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며 ‘예방’과 ‘컨설팅’ 감사를 강조했다.

이 감사는 내년 5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aT가 6년간 이어온 청렴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