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李대통령 앞에 ''숙제 산더미''

by조선일보 기자
2008.04.22 08:30:23

[조선일보 제공] 21일 밤 미·일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에겐 국내 정책·정치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지난 7일 동안 혁신도시와 뉴타운 논란이 일어났고, 청와대 정무라인 교체 공방과 공관장 인사 파동이 터지는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이 모든 게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갈길 먼 한미 FTA에 혁신도시·뉴타운 암초

이 대통령이 미국 순방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양국 정상은 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실제 국회 처리까지는 가시밭길이다.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5월 중 FTA 처리'에 대해 내부 의견이 갈려 있다. 여기에 쇠고기 개방에 따른 축산농가들의 반발도 거세 5월 중 처리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농어민과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당 지도부와 '맞짱' 협상을 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줄 것을 다 줬는데, 미 의회가 소극적으로 나오면 (국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혁신도시와 뉴타운도 '뜨거운 감자'다. 야당과 지자체가 정부의 '혁신도시 보완'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 이전보다 더 큰 '선물'을 줘야 할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서울시가 맞서 있는 뉴타운 문제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일단 "서울시 소관이므로 관여하기 힘들다"고만 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도 꼬여 있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추경 없이 지자체 지원과 감세(減稅) 등 간접적 수단만으로 부양정책을 써야 할 처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은 아직 협상 여지가 있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돼 온 대운하에 대해 이 대통령의 방향 설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대운하는 한나라당과 부처에 맡겨 여론수렴 등 선행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무라인·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 핵심라인은 이 대통령이 귀국하면 곧바로 '정무라인 교체·보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 실세와 청와대 정무라인 간에는 갈등기류가 형성돼 있다. 이 대통령은 특임(정무)장관을 임명해 정무기능을 보강하되, 정무수석을 교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특보 신설 여부는 유동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해외 공관장 인사의 난맥상에 대해선 인사 기준과 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인사는 "외교관에 외국인은 임명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는데, 인사·정무라인이 이를 간과한 것 같다"며 "인사 기준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친박성향 당선자의 한나라당 복당 문제에 대해선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을 피하며 당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있을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재산공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청와대측은 "일부 인사의 경우 재산·부동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당사자들이 적극 해명하도록 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주부터 한나라당 의원·당선자들과 야당 지도부, 원로인사 등을 청와대로 초청, 현안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