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진화하는 가수만 살아남는다', 세븐 콘서트 현장

by김재범 기자
2007.04.08 15:32:53

2시간30분동안 23곡 라이브, 1만여 청중 매료
9일 미국 출국 음반작업, 6월엔 일본 전국투어

▲ 미국 출국을 앞두고 고별 콘서트를 가진 세븐(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2007년 한국에서 갖는 마지막 무대'
 
7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세븐의 콘서트 '747, 세븐 포 2007'(747, se7en for 2007)는 그로서는 올 해 국내 팬과 만나는 마지막 무대였다.  
 
이제 겨우 4월 초인 시점에서 '마지막...' 운운하는 것이 조금 이상할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세븐은 이번 콘서트를 마치고 9일 미국으로 출국, 현지 음악시장 진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다.
 
그는 올 해 말까지 싱글 발표 등 현지 음악활동을 가질 예정이고, 그동안 5월 말 또는 6월 초부터 시작하는 일본 전국 투어를 제외하고는 미국 동부 지역에 거처를 마련해 생활한다.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양현석 대표는 "미국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올 해 세븐의 국내 활동은 더이상 없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7일 콘서트는 세븐이 가수로서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일생일대의 큰 목표를 향해 도전하면서 내놓는 일종의 출사표였다. 또한 당분간 그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 국내 팬들을 위한 각별한 이별 선물이었다.  
 
▲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궁S""의 장면을 패러디(사진=YG)


 
 요즘은 덜하지만 한동안 라이브 프로그램이나 콘서트 무대에서 가수가 립싱크, 일명 'AR'(Audio Record)로 노래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인 적이 있다. 화려한 춤을 보여줘야 하는 댄스 가수의 경우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노래하기란 쉽지 않아, 콘서트에서 일부 노래를 립싱크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세븐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방송을 비롯한 모든 무대에서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신인 시절 춤을 추면서 노래하느라 호흡이 가빠 때론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그는 라이브를 고집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세븐은 첫 곡 '라라라'에서 앵콜 곡 '프로미스(Promise)' '밤새도록'에 이르기까지 23곡을 모두 라이브로 불렀다. 
 
▲ 콘서트가 거듭될수록 한 단계 진화된 가창력을 들려주는 세븐(사진=YG)




 데뷔한지 4년. 신인 시절의 힘들어했던 모습과 달리 이제는 노래의 템포나 호흡에 맞춰 춤사위의 강약을 조절하며 여유있게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걸 프렌드'(Girl firend), '캔 유 필 미'(Can you feel me), 히카리(光), '베이비 아이 라이크 유+ 베이비 유'(Baby I like you + Baby U), '크레이지', '열정' 등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비트있는 노래들은 대부분 난이도 높은 춤이나 백댄서와의 정교한 호흡이 필요한 곡이다.  
 
세븐은 이날 십자 모양으로 나 있는 돌출 무대를 오가면서도 노래가 지닌 맛과 즐거움을 청중과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세븐을 데뷔 때부터 담당한 YG의 이지운 이사는 "4년이 결코 가수로서 긴 경력은 아니지만, 신인 때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태국, 미국 등의 해외 무대에서 많은 라이브 경험을 쌓은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 숫자 7지 모양의 형광봉을 든 청중과 세븐(사진=YG)


 
이번 콘서트에서 세븐은 다른 공연에 비해 유난히 많은 발라드를 레퍼토리로 선곡했다.
그동안 그가 국내와 해외에서 가진 콘서트의 경우 대개 전체 노래의 70~80% 정도를 댄스 음악 등 빠르거나 힙합 계열의 음악으로 선곡하고, 나머지를 차분한 발라드로 채웠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발라드의 비중이 40% 이상 높아졌다.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원 라스트 크라이'(One Last Cry)를 열창하고, '닮은 사랑', '그 남자처럼', '와줘', '라스트 오브 다이어리'(Last of Diary)를 차분하고 깊이있는 감성으로 소화하는 모습은 전에 비해 한단계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그를 단순히 춤과 음악에 대한 센스가 있는 아이돌 스타로 여기던 사람들에게는 '뮤지션 세븐'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을 무대였다. 
 
▲ 공중 그네를 타고 팬들 머리를 날으며 노래하는 장관도 연출(김정욱 기자)

특히 일본에서 발표했던 앨범에 수록됐던 노래 '라스트 오브 다이어리'(Last of Diary)는 세븐이 최근 콘서트에서 즐겨 부르는 그의 대표곡이 되었다. 깔끔하면서 차분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담백하게 부르는 이 노래는 얼마전 발표한 4집 앨범에 한국어로 다시 수록했다.
 
YG의 양현석 대표는 "지금 10대 팬들이 10년, 15년이 지나 남편이나 아이와 함께 그의 콘서트를 찾아오게 하고 싶다. 그래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발라드를 이번 공연에서는 많이 선곡했다"고 소개했다.
 
 
 콘서트의 매력은 가수의 노래를 현장에서 직접 듣는다는 것 못지않게 함께 눈과 온몸으로 느끼는 감동이다. 조명의 화려한 움직임, 눈길 사로잡는 각종 무대효과, 주위의 팬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몸으로 울리는 스피커의 사운드가 바로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 드라마 ""궁S""의 장면 패러디에서는 오토바이타고 무대 질주(사진=YG)

그런 점에서 세븐의 이번 공연은 제대로 볼거리를 갖추었다. 노래의 컨셉트에 맞춰 다양하게 구성된 조명과 영상은 객석과 무대 앞에서 열광하는 팬들의 손에 들린 7자 모양의 형광봉과 함께 장관을 이루었다.
 
세븐이 주연한 MBC 드라마 '궁S'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장면에서는 오토바이로 돌출 무대를 질주했고, '잘할께'를 부를 때는 공연장 천정에 와이어로 연결된 그네를 타고 청중 위를 날라다니기도 했다. 또한 데뷔곡인 2003년 히트곡 '와줘'를 부를 때는 한때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힐리스를 신고 무대를 질주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그러나 세븐의 무대가 진정 돋보인 것은 이러한 구성과 볼거리가 그의 음악을 위한 보조적 역할일뿐, 그것 자체가 콘서트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실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일부 콘서트에서는 왜 공연을 하는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무대를 접할 때가 있다.

전체 구성의 절반 가까이를 특별 게스트로 채우는 뻔뻔스런 구성, 음악 콘서트인지 만담 콘서트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로 노래보다 재담과 이벤트에 더 치중하는 한 가수, 매년 공연을 갖지만 레퍼토리나 구성이 전혀 변화가 없는 어느 중견 스타.   
   
따지고 들면 구성상의 허점도 꽤 있고, 일부 무대에서는 연출의 어색함이나 실수도 발견되지만 적어도 이날 세븐의 콘서트는 '노래가 주인공인 무대'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었다.   
 
▲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는데 전력을 다한 세븐(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