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수 없는 시멘트와 레미콘…결국 '강대강' 격돌

by함지현 기자
2022.09.04 11:15:32

레미콘, 다음 달 10일 '셧다운' 결의…공정위 제소도 준비
시멘트 "유연탄값 폭등 견디기 힘들어…해외도 가격 올려"
정부 등 중재 시도하지만 효과 '글쎄'…공급차질 우려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원자잿값 인상을 놓고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간 ‘강 대 강’ 대치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건설 현장 등 공급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멘트값 인상에 반발해 온 레미콘사들은 다음 달 10일부터 무기한 ‘셧다운’(영업중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중소레미콘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규탄대회까지 개최했지만 시멘트사의 반응이 없자 단체 행동을 결의했다.

시멘트사들은 제품 공급 이후 한 달가량이 지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다. 이에 셧다운 예정 일자를 내달 10일로 잡았다. 다만 이때까지 시멘트사들의 전향적 반응이 있다면 이를 철회할 수 있다는 방향은 열어뒀다.

비대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시멘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소도 함께 진행키로 했다. 시멘트사들의 가격 인상이 담합하는 듯한 의심이 들고, 상호 절충이 아닌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는 이달 말 전국 레미콘업체들이 모이는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밝히고 500여 사업자들에게 동참을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레미콘사 관계자는 “올해 2월 17~19%에 이어 또다시 이달 시멘트 가격을 12~15% 추가 인상한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올해에만 33~35% 인상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원자재인 시멘트값이 오르면 골재와 같은 부자재도 함께 올라 어려움이 가중한다”며 “이 비용을 건설사에서 받아주지도 않기 때문에 중간에서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시멘트사들도 치솟는 원자잿값으로 인해 더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시멘트 생산원가 중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값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유례없이 올랐다. 영국 유연탄 시세 전문기관 GCI에 따르면 호주 뉴캐슬항 고품질 유연탄(6000㎉/㎏ 기준) 현물거래 가격은 최근 t(톤)당 450달러를 넘나든다. 165~260달러를 오가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정도 높아진 수준이다.

지난 2월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을 당시만 해도 135달러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유연탄값이 폭등했으므로 가격 재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시멘트사 의견이다.

해외 시멘트업계도 국제 유연탄값 급등에 따른 원가부담 압박으로 전년 대비 평균 약 35%나 시멘트 가격을 인상했다고 항변한다. 일본(32%), 중국(26%), 미국(43%), 브라질(31%), 이집트(37%) 등이 대표적이다.

시멘트사 관계자는 “호주산보다 값싼 러시아산을 쓰면서 호주산 가격을 앞세운다고 주장하는데, 레미콘사 말대로 호주산을 기준으로 했다면 3만원이 넘는 단가 인상을 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감내하고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이번 가격 인상도 1만원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중재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일에는 국토교통부 주도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시멘트업계, 레미콘업계 등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 측은 업계에 원활한 합의를 주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대통령 직속 상생특별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협상하는 분위기는 만들 수 있겠으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10월이면 건설 성수기인데 이런 사태가 길어지면 공급 차질에서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