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에게 듣는다]"용산공원에 미군 호텔 존치 어불성설"

by양지윤 기자
2020.07.23 06:25:00

성장현 용산구청장 인터뷰
"용산공원은 국가 자존심…주한미군 드레곤힐호텔 이전해야"
"한미 동맹 윈윈할 수 있게 대체 부지 마련해야"
"국제업무지구, 아파트 대신 금융허브·비즈니스센터 등 계획대로"
이봉창 의사 기념관 개관 등 역사바로세우기 지속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용산공원은 120년 만에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오는 역사적인 땅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국가공원 안에서 주한미군의 드래곤힐호텔이 영업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이 지난 7일 구청장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용산구 제공)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뉴욕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와 같은 세계적인 명소에는 숙박 시설이 아예 없다”면서 주한미군 시설 이전 계획에서 제외된 드래곤힐호텔의 이전을 거듭 촉구했다.

정부는 21일 제2회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를 열고 미군기지 옆 옛 방위사업청 부지에 있는 경찰청 시설 신축 예정부지를 용산공원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부지 추가 편입으로 용산 미군기지 자리에 조성되는 용산공원의 면적은 299만6000㎡로 기존 계획에 비해 약 50만㎡ 확대된다. 하지만 용산구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안은 관철되지 못했다. 드래곤힐호텔(8만4000㎡)과 헬기장(5만7000㎡) 등 일부 미군 시설 부지는 여전히 공원부지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

성 구청장은 “한미 정부가 이전 계획에 합의를 했더라도 동맹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용산이나 서울시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양국이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 없다면 용산구가 앞장서 대안을 제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주한미군 측에도 재차 호텔 이전을 요청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공원 부지는 경기도 오산과 평택에 350만평 규모의 미군기지를 조성해주고 되돌려 받은 소중한 땅”이라며 “국가적 상징성을 고려해 우방국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호텔 이전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구청장은 용산구의 또 다른 현안인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정부는 지난 5월 서울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에 8000 가구에 달하는 미니 신도시급의 아파트를 공급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아파트 공급 대신 기존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이나 들판 한 가운데 집을 짓지 않는다. 평당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향후 우리나라와 유라시아를 잇는 대륙철도가 들어설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허브와 비즈니스센터, 국제컨벤션센터, 호텔 등 세계적 기업을 유치해 미국 뉴욕 맨하튼과 같은 도시로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구청장은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주민의 목소리가 소외된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지자체장, 지역 주민과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중앙정부가 사업을 발표하는 것은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제대로 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자체장과 먼저 교감하고 협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16일 효창공원을 찾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홍범도 장군 유해 효창공원 안장에 관한 제안을 했다.(사진=용산구 제공)


용산구는 ‘역사바로세우기’ 사업도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용산구는 오는 10월 6호선 효창공원역 인근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1901년 원효로 2가에서 태어난 이 의사는 1932년 일본 도쿄에서 일왕에 수류탄을 던져 항일 독립운동의 불씨를 되살린 독립투사다. 애초 용산구는 이 의사의 생가 복원을 추진했으나 고증이 불가능해 기념관 건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 대신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의사의 흉상을 기증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아울러 1920년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 유해를 효창공원에 안장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과 임정요인(이동녕·조성환·차리석), 삼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가 잠들어 있어 효창공원이 최적지라는 판단에서다.

성 구청장은 구의원을 거쳐 1998년 민선2기 시절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후 2010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해 4선 구청장의 역사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우리 삶 자체가 모여서 대한민국의 역사가 되듯 용산의 역사는 주민과 함께 걷는 길에서 비롯된다”면서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남은 민선7기 후반을 지난 10년처럼 압축해 이끌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