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콕’] 원도심의 정겨움과 이야기 간직한 천사의 길
by강경록 기자
2020.05.16 09:19:59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오래된 자연부락인 고소동은 전남 여수를 대표하는 벽화마을이다. 지난 2012년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주민과 여수시가 힘을 합쳐 낙후된 달동네가 벽화마을로 변신했다. 진남관에서 출발해 고소동을 거쳐 여수해양공원까지 1004m에 이르러 천사벽화골목으로 불렀다. 현재 총 길이 1115m, 9개 구간으로 구성된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걷다 보면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고 기리는 여수 통제이공 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타루비(보물 1288호), 마실 나온 주민, 바다를 바라보는 카페, 만화가 허영만 화백 작품의 다양한 주인공 등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여수 앞바다와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조망이 일품이다.
◇여수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입구는 진남관, 이순신광장, 낭만포차, 종포 등 네 곳이다. 그중 진남관을 기점으로 하면 찾기 쉽고 둘러보기도 좋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사용한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은 명실공히 여수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다. 진남관은 공사 중이라 2020년 말까지 관람할 수 없다. 진남관 정문인 망해루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좌수영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이 시작된다.
출발에 앞서 안내판의 지도를 확인하자.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은 총 9개 구간으로 나뉜다. 진남관에서 출발하면 7구간 이순신 장군 일대기, 6구간 사계절 자연 풍경, 5구간 여수의 어제와 오늘, 8구간 여수8경, 4구간 동물 판타지 문화, 3구간 생활 이야기와 허영만 화백 거리, 1구간 동심의 세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 순서대로 구경하는 게 제일 좋고, 헷갈리면 마음 내키는 대로 다녀도 상관없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가 그려진 7구간 담벼락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고소대를 만난다. 고소대는 이곳에 있었다는 고소정에서 비롯한 이름이고, 여기에 여수 통제이공 수군대첩비와 타루비가 있다. 수군대첩비는 1615년 충무공의 전승을 기념해 세웠고, 타루비는 이순신 사후 5년 되는 1603년에 수군들이 장군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고소대에 들어갈 수 없다. 아쉬운 대로 까치발을 하고 담벼락 너머 비석을 구경한다.
◇구불구불 골목따라 정겨움도 한가득
고소대 앞에서 오른쪽 길이 6구간으로,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만한 골목이 이어진다.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인사를 건네고, 옥상에서 멍하니 여수 앞바다를 바라보는 할아버지도 눈에 띈다. 구불구불 계단을 오르면 큰 도로가 나오고, 여수 지역 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하는 달빛갤러리를 만나면서 5구간으로 들어선다. 갤러리 앞의 이정표를 따르면 오포대공원이 나온다. 오포대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정오를 알리는 오포를 설치한 장소다. 오포대 앞에 놓인 전망대에서 여수 앞바다와 장군도, 돌산대교와 돌산공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포대에서 내려오면 8구간과 4구간 갈림길이다. 거리가 짧은 8구간부터 둘러보고, 갈림길로 돌아와 4구간을 따라 내려간다. 8구간은 일방통행로 담벼락에 진남관, 향일암, 오동도 등 여수8경과 이순신 장군이 사용한 신호연이 그려졌다. 갈림길로 돌아와 4구간을 따른다. 왼쪽으로 ‘낭만카페’가 보인다.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쉬어도 좋다.
낭만 버스커 포토 존을 지나면 3구간으로 들어선다. 계단 옆에 주민이 가꾼 텃밭이 정겹다. 3구간에는 낯익은 캐릭터가 눈에 띈다. ‘식객’ ‘제7구단’ ‘날아라 슈퍼보드’ ‘망치’ 등 만화가 허영만 화백 작품의 친숙한 주인공들이 반긴다. 여수가 고향인 허 화백이 벽화마을 조성을 위해 캐릭터 사용을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산비탈을 타고 길게 이어지는 2구간을 만난다. 올려다보면 중앙동의 집들이 층층 서 있고, 내려다보면 바다가 펼쳐진다. 빈둥빈둥 당당하게, 그냥 아무‘나’ 되자, 나+너=♥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문구가 벽에 적혔다. 2구간에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가는 약 40m가 1구간이다. 주로 청춘 예찬 벽화가 있다. 이곳에서 나오면 바다를 끼고 자리한 여수해양공원을 만나며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이 끝난다.
◇여수에서 꼭 보고 와야할 것들
돌산대교를 바라보고 느긋하게 걸으면 이순신광장에 닿는다. 이순신광장은 여수의 대표 공원으로, 항상 시민과 관광객이 북적인다. 바닷가 쪽은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운 아저씨들의 모습이 평화롭고, 광장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들이 활기차다. 공원 가운데 자리한 용 모양 전망대에서 본 장군섬과 돌산대교 풍경도 그만이다.
여수 시내 구경이 끝나면 차를 타고 낭도로 달려보자. 조화대교, 둔병대교, 낭도대교를 연달아 건너면 낭도에 닿는다. 2020년 2월 여수 남서쪽에 자리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가 다리로 연결됐다. 여수의 섬을 징검다리처럼 건너 고흥 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제일 크고 볼거리 많은 섬이 낭도다. 추도와 사도가 두둥실 떠 있는 장사금해변은 낚시꾼이 즐겨 찾고, 낭도해변은 바로 앞에 폐교된 화양중학교 낭도분교에서 캠핑이 가능하다. 마을 식당에서 낭도젖샘막걸리도 마셔보자. 낭도의 맑은 물로 만들어 목 넘김이 좋고, 단맛이 살짝 돈다. 두릅과 달래무침, 꼴뚜기젓, 게장 등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반찬과 서대회무침이 일품이다.
여수 여행은 돌산공원 야경으로 마무리하는 게 제격이다. 낭도에서 나와 돌산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느릿느릿 걷는다. 전망대에서 돌산대교와 장군섬, 아침에 둘러본 고소동이 반짝반짝 빛난다.
◇여행메모
△여행 코스= 고소동 천사벽화골목→여수해양공원→돌산공원→둔병도→낭도
△가는길=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 IC→신대교차로→해룡교차로→여수IC교차로→진남관(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입구)
△잠잘곳= 엘레나 호텔, 코모도 모텔 등은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다. 베니키아호텔 여수와 낭도분교캠핑장도 추천할만한 숙박업소다.
△먹을거리= 소고기국밥·양푼이동태탕은 동문로의 금천해장국, 백반은 서교3길의 로타리식당과 여산길의 새마을식당, 서대회무침·낭도젖샘막걸리은 여산 4길의 낭△주변 볼거리= 여수해상케이블카, 자산공원, 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