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IT용어]양자컴퓨터가 뭔가요

by조용석 기자
2018.03.31 10:27:06

한계 도달한 반도체 집적…‘큐빗’ 사용하는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 구현방법 달라…IBM·구글·인텔 등 앞서가
미증명된 ‘양자우월성’…한국, 4큐빗 양자컴퓨터 연구

비트와 큐빗의 정보 표현능력 차이(자료 = KIST 제공)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IBM은 인간의 삶은 변화시킬 5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양자컴퓨팅을 선정했다’, ‘양자컴퓨터가 실제 구현되면 비트코인 채굴은 식은 죽 먹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가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er) 또는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다. 현재 컴퓨터 성능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통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한 개의 비트(bit)가 0 또는 1 이진법으로만 연산한다. 트랜지스터에 전자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이다.

그간 기술은 하나의 CPU에 최대한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초미세 단위인 ‘나노미터(nm)’가 반도체 집적기술을 설명하는데 등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nm는 대략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이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집적시킬수록 서로 간섭이 많아지고 결국 오작동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집적 방식의 반도체 발전은 2020년께에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고전적인 비트 방식이 아닌 퀀텀비트, 줄여서 큐빗(Qubit)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큐빗은 하나가 0 또는 1로만 표현하는 비트와 달리 0 일수도 1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트를 통해 01을 표현한다면 0을 표현하는 비트와 1을 나타내는 비트 모두 2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큐빗은 한 개가 0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한 개의 큐빗이 00, 01, 10, 11 등 4가지를 모두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결국 양자컴퓨터에서는 비트 하나가 늘면 연산능력도 하나가 느는 현재 컴퓨터 방식과 달리, 큐빗 하나가 늘어나게 되면 2의 N승(제곱)으로 연산능력이 향상된다. 예를 들어 5큐빗 양자컴퓨터는 32가지(2의 5제곱) 상태를, 10큐빗은 1024(2의 10제곱)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얽힘(Entanglement) 현상이다. 간단히 말해 얽힘은 한 큐빗이 다른 큐빗이 영향을 주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큐빗이 위를 향한다면 이와 연관된 다른 큐빗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양자컴퓨터의 필수적인 속성 중 하나다.



조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빠르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얽힘 현상’이다”며 “하지만 얽힘 현상이 어떤 이유로 빨라지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팅의 여러 구현방법(자료 = KIST 제공)
현재 컴퓨터 CPU는 반도체 형태지만 양자컴퓨터는 △이온덫(이온 트랩) △초전도체 △광자(光子) △반도체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온 덫을 이용한 방식은 진공상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챔버를 이용해 진공상태를 만들어줘야 한다. 초전도체 방식의 경우 절대 영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매우 낮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광자는 외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으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암호화폐 채굴 열풍이 불던 당시, 양자컴퓨터가 이론적으로 전력소모가 없다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진공상태 또는 초전도체 구현에 적합한 냉동환경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전기가 현재 컴퓨터가 사용하는 전력 소모량보다 더 많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자컴퓨팅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곳은 IBM과 인텔·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 기업들이다. 인텔은 최근 CES에서 49큐빗 칩을 발표했고 IBM은 지난해 20큐비트 칩을 내놨다. 구글은 최근 72큐빗 연산용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개발했다고 발표한 72큐빗칩(사진 = 인터넷 캡쳐)
양자컴퓨팅의 가장 큰 숙제는 ‘양자우월성’이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확실하게 앞설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양자우월성이다. 이를 증명해야 양자컴퓨터의 실용성과 개발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현재 디지털 컴퓨터를 앞서는 기준으로 50큐빗 이상을 제시한다. 50큐빗 양자컴퓨터는 2의 50승, 약 1126조 비트의 정보를 연산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난 성능이다.

조 박사는 “양자우월성 기준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면 50큐빗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며 “현재는 많은 연구자들이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앞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양자컴퓨팅 기술은 4큐빗 수준이다. KIST와 포스텍,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4큐빗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KIST는 다이아몬드 큐빗으로 모듈화를 시키고 광자를 통해 이를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