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②] 국내 기업 마케팅 교과서 '참이슬'
by김용운 기자
2017.09.07 06:01:31
진로 소주 1959년 국내 첫 CM송으로 홍보
경품 마케팅으로 판매량 집계 등 선진 기법 도입
IMF 직후 참이슬 출시 당시 직원들 헌신적 마케팅 화제
| 1960년대 진로 소주 CF의 한 장면, 진로 소주로부터 내려온 참이슬의 마케팅 기법은 국내 기업사의 한 챕터로 남을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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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진로 소주로부터 내려온 참이슬의 마케팅 기법은 국내 기업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교과서와 같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벗어나 시대의 흐름을 먼저 포착하고 사회 변화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진로 소주는 국내 광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1959년 부산지역에서 라디오를 듣던 청취자들은 생전 처음 듣는 노래에 귀가 번쩍였다. 50초짜리 C장조로 시작하는 노래의 첫 마디는 “야야야 야야야 차차차”였다. 부산문화방송국 허영철 악단장이 작곡한 진로 소주 CM송이었다. 진로 소주의 CM송은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상업 광고용 노래였다. 진로는 1962년 남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자 여기에 소주병 모양의 대형 입체 네온사인 탑을 설치했다. 높이 25m에 병 둘레는 15m크기였다. 파격적인 네온사인 탑은 금새 서울의 명물로 부상했다.
진로 소주는 이후에도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 1960년대 후반 경쟁사였던 삼학과의 이른바 ‘소주 전쟁’에서 왕관 회수 작전이란 경품 마케팅으로 사회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진로 소주의 상징인 두꺼비 로고가 박힌 소주 마개를 가져오면 재봉틀이나 금두꺼비 등 경품을 주는 행사였다. 왕관 회수 작전은 경비가 많이 들었지만 당시 판치던 가짜 조수를 적발할 수 있었고 현재의 결제시스템인 포스단말기처럼 요식점과 술집 등의 판매량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었다. 진로의 이러한 마케팅 기법은 이후 국내 기업에게도 전수가 되었다.
1998년 10월 출시해 진로 소주의 명맥을 이으며 저도수 시장을 열었던 ‘참이슬’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사례로도 꼽힌다. 마케팅 비용이 넉넉지 않던 진로는 직원들이 영업망 관리를 위해 식당의 접시닦이도 마다하지 않는 등 헌신과 맞물려 출시 후 6개월 만에 1억병을 판매한다. 출시 10주년인 2008년에는 누적 140억병을 기록했다. 120개월간 월평균 1억 1700만병, 하루 평균 384만병, 초당 44병이 팔린 셈이다. 이후에도 참이슬의 판매는 이어져 지난 2012년 11월 누적 판매량 200억병을 돌파했다. 참이슬의 선전으로 하이트진로는 세계증류주시장판매량 8년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