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뜰 활주로도 부족한데..LCC 4개 더 생긴다

by임성영 기자
2017.02.22 06:00:00

지역 경제 활성화? "단기 성과에 급급"
지연심화·안전 우려 등 고객 피해↑

지난해 12월 포항시의 소형항공사 설립 파트너로 선정된 동화컨소시엄은 ‘에어포항’으로 정식 항공법인을 설립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포항시 홈페이지.
[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지방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항공사(LCC)가 올해와 내년 줄이어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성과 내기식 LCC설립이 포화상태에 이른 항공산업에 이미지 실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 양양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양양’이 지난해 12월 신규 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한 후 심사를 받고 있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항공기 3대와 자본금 150억원을 갖추고 있으면 LCC 운송사업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된다.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한 ‘K에어항공’과 대구지역의 ‘에어대구’도 각각 내년 초와 올해 말 첫 운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영남권의 5개 기업이 출자해 ‘남부에어’를 설립할 예정이며 포항에선 LCC는 아니지만 50인승 소형기를 운영하는 ‘에어포항’을 세우고 소형항공운송사업권을 지방항공청에 신청한 상태다. 에어포항을 제외하면 4곳이 더 생겨 국적 LCC만 10개에 달하게 된다.

앞다퉈 LCC를 출범시키는 지자체들은 사업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자체가 설립한 항공사를 통해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 비행기를 띄우면 각 지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관광·서비스 산업이 활기를 띄게 된다.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항공사와 공항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모두 윈윈할 수 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좋지만 항공산업 특성상 손익분기점(BEP)에 다다르기 위해 적어도 3년에서 길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지금은 시장을 선점한 6개의 업체가 있다는 점에서 후발주자는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렵다. 적자 기간이 지속되면 이를 견디기 위한 거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국내 지자체들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과거 자금난에 허덕이다 인수된 한성항공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결국 LCC에 대한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그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6개의 국적 LCC의 국제선 수송분담률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했고, 국내선 수송분담률은 57.4%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운영해야 할 사업인데 새로 생기는 LCC들은 지자체의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설립하는 경향이 크다”며 “LCC업계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우후죽순으로 LCC들이 설립됨에 따른 부작용은 고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LCC는 특성상 중국과 동남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중·단거리 노선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데 이미 6개 항공사들이 인기 노선에는 모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신생 LCC들은 처음에는 기존 업체들이 없는 독자 노선을 중심으로 취항을 하겠지만 결국 수익을 내기 위해 인기 노선에 비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제주공항은 물론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등 국내 공항은 지금도 스케줄이 꽉 차 지연 출·도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정시 운항률이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 항공업계에선 지속적으로 제2 공항 설립과 슬랏 추가 설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국내 공항은 완전 포화상태라서 여객기 한대가 10분만 지연되도 줄줄이 지연된다”면서 “커퓨 타임때문에 하룻밤을 꼬박 지새고 다음날 출발하는 경우도 생기는 마당에 LCC가 더 생기면 지연 출발 등이 더욱 심화돼 고객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6곳의 LCC가 생겨나면서 기장과 정비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실력을 입증 받지 못한 인력을 해외 등지에서 데려와 투입하게 되면 사고 위험 등이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