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혈세 온누리상품권 '불법환전'…2년간 1570곳 적발

by김보영 기자
2016.12.13 06:30:00

2년간 부당 행위 점포 1570곳 적발…대부분 서면 경고 그쳐
특별할인기간 중 사들인 뒤 정상가에 되팔아 부당이익 챙겨
온누리상품권 공무원 복지포인트 현금화 수단으로 악용도

주영섭(가운데) 중소기업청장이 올초 서울 목4동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떡을 구입하고 있다. 주 청장은 전통시장을 찾은 고객에게 온누리 상품권 전단지를 나눠주며 전통시장을 이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중소기업청)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정부가 재래시장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9년 7월 도입한 온누리 상품권이 ‘현금깡’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공무원과 상인들 사이에서 특별할인 기간 구매 후 현금으로 바꿔 차익을 챙기는 수법으로 악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처벌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형편이어서 혈세 낭비를 막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첫 발행 후 지난해까지 온누리 상품권 누적 판매 금액 약 2조 4000억원 가운데 불법 환전에 활용된 규모는 총 9억 1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추석 명절 전후 등 ‘특별할인 기간’ 액면가보다 10% 싼 가격에 구입한 뒤 9100만원 가량이 실제 거래가 아닌 환전 차익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지난해 역시 약 8607억원 상당의 발행액 중 4억 2000만원 가량이 불법 환전으로 적발됐다. 적발된 것만 이정도일 뿐 실제 불법환전 규모는 월등히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처벌 수단이 없어 적발돼도 대부분 서면 경고에 그치고 있다.

지난 9월 중소기업청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온누리 상품권을 불법으로 현금화하는 ‘현금깡’으로 적발된 점포는 지난 2년간 총 1570곳, 부당이득은 총 4900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들 점포들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는 주의 조치나 과태료 등 행정처벌 수준에 그쳤다. 적발된 점포의 98%(1539곳)가 서면 경고를 받는 것으로 끝났고 1.5%(24곳)만이 가맹점 등록이 취소됐다. 과태료를 부과받은 점포도 0.5%(7곳)에 그쳤다.

박 의원은 “불법 현금화 거래로 정부의 피같은 예산이 ‘눈먼 돈’으로 새어나가는 셈”이라며 “점포 및 개인 구매자들의 ‘현금깡’ 거래를 방지할 환전관리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데 대해 “환전 액수가 지나치게 큰 가맹점의 경우 현금깡을 의심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당 행위를 근절하기는 힘들지만 할인 판매 기간 관리 감독 인력을 늘리는 등 부당 현금화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복지 향상을 위해 포인트 형식으로 제공되는 ‘복지 포인트’ 역시 온누리 상품권 ‘불법 현금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복지 포인트는 근무 연수와 부양 가족 수, 업무 성과 등에 따라 일정 금액을 포인트로 환산해 지급하는데 연간 최대 160만원이 제공된다. 연중 한 차례 주어지는데 해를 넘기기 전에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공무원들은 ‘복지전용카드’에 포함된 복지포인트를 △병원비 결제 △도서·의류구입 △학원 수강 △보육시설 이용 △온누리 상품권 구입 등에 쓸 수 있다. 특히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복지 포인트 중 10만원을 온누리상품권 구입에 활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공무원들이 복지 포인트로 구입한 온누리 상품권을 온·오프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에 되파는 방식으로 현금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공무원 A씨는 “정부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해 10만원씩 사지만 마땅히 소비할 곳이 없다”며 “온누리 상품권 10만원 어치를 구입한 뒤 온·오프라인에서 할인된 가격(9만 7000원~9만 8000원)으로 되파는 식으로 현금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공무원 복지포인트는 비과세 대상이어서 온누리 상품권 현금화가 세금 부담 없는 소득원 중 하나로 변질되고 있다.

복지포인트 관리 전반을 담담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같은 관행을 제재할 규정이 없어 난감해 하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지탄받을 수는 있지만 이를 제재할 규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공무원들의 복지 포인트 내역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감독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