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국민 박카스처럼 국민 마스크팩 만들어야죠"

by김진우 기자
2016.08.30 06:10:00

1초에 15개씩 팔리는 국민 마스크팩 '메디힐'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총괄대표의 代 이은 화장품 사랑
화장품 회사 홀로 일군 어머니 좇아 33세에 업계 첫발
직원 3명으로 출발해 기업공개(IPO) 앞둔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총괄대표가 서울 강서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표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꼭 듣고 싶은 말은 ‘왕생화학 둘째 놈이 대를 이어 화장품 사업을 잘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늘에서 (어머님께)정말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국내 1위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만드는 엘앤피(L&P)코스메틱의 권오섭(57) 총괄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모태인 왕생화학 창업주이자 모친인 윤임순(2002년 타계) 여사 이야기를 꺼내자 차분하던 목소리에 힘을 주며 이같이 말했다.1969년 설립된 왕생화학은 ‘아봄’이라는 브랜드로 헤어제품과 남성용 스킨·로션을 제조해 판매했다. 선친이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가 홀로 일군 회사였다. 권 총괄대표는 고려대에서 지질학과 학·석사를 졸업하고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33살이던 1992년 왕생화학의 후신인 네슈라화장품 차장으로 화장품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공장 옆이 집이어서 자연스럽게 화장품 만드는 걸 봤었죠. 어머니는 여자의 몸으로 힘들게 화장품 사업을 하다보니 자식들은 공부를 해서 편한 길로 가길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화장품 피’가 있었는지 이쪽으로 온 것 같습니다.”

권 총괄대표는 요즘 흔히 말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건 아니었다. 모친이 화장품 회사를 운영했지만 사업이 녹록하지 않았다. 90년대 초 연구소를 나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단단해졌다. 2003년 설립한 색조화장품 회사 코스라인을 2008년 친구 회사에 매각하고 5개월간 월급쟁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92년부터 사업을 했는데 (월급쟁이 생활이)잘 안 맞더라고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뭘 할까’ 망설이다가 시작한 게 마스크팩입니다. 당시 돈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3명이서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했는데 정말 ‘궁하면 통한다’더니 이게 성공을 한 겁니다.”

권 총괄대표는 2009년 4월 엘앤피코스메틱을 설립하고 마스크팩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산성앨엔에스(현 리더스코스메틱(016100))에 리더스에 대한 로열티를 주고 ‘리더스 클리니에’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2011년 말 산성앨엔에스가 상장을 하면서 양측의 계약이 종결됐다. 권 총괄대표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자 기회가 왔다.

“그 당시 ‘하나님이 시련을 주시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극복할 힘도 함께 주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12년에 메디힐 브랜드를 가지고 시장에 나왔는데 ‘국내에서 1위를 하자. 그래야 세계에서 1위를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면세점과 드러그스토어에 집중적으로 영업을 해 성공을 거뒀고 현재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사진=한대욱 기자
메디힐 마스크팩은 매달 4000만개가 판매되는 ‘국민 마스크팩’이다. 1초에 15개꼴로 팔리는 셈이다. 지금까지 팔린 누적판매량은 8억장에 육박한다. 엘앤피코스메틱의 매출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회사 내부 재무자료에 따르면, 엘앤피코스메틱의 실적은 2013년 129억원에서 2014년 675억원으로 5배 이상 급등했고, 2015년에는 2162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2년만에 2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권 총괄대표는 올해 연간 매출을 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권 총괄대표는 “메디힐보다 매출이 많은 원(one)브랜드는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미샤 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비자가격이고 우리는 출하가격 기준이므로 이니스프리와 ‘대동소이’ 하다고 본다”며 “국민 박카스처럼 전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국민 마스크팩’을 계속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메디힐은 국내 1위, 중국 2위 마스크팩으로 한국인들보다 중국인들에게 더욱 유명한 브랜드다. 메디힐이 현재의 자리에 올라선 건 구전효과 덕분이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선물로 사갖고 가 중국 현지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었다.

권 총괄대표는 “지난해 말 처음 CF를 찍었는데 그 이전까지 흔한 광고 한 번 해본 적이 없다”며 “중국인 관광객이나 바이어들이 현지로 돌아갈 때 가격 싸고, 깨지지 않고, 가벼운 마스크팩을 많이 사갖고 가는데 100장을 사면 20장은 본인이 쓰고 80장은 나눠준다. 지인이 받아서 똑같은 역할을 하면서 구전으로 팔리고 팔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현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메디힐 단독이 아닌 국내 브랜드들과 함께하는 멀티숍을 연내 2곳 오픈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20개 멀티숍을 세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중국에 이어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권 총괄대표는 “한국 화장품 업체가 일본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메이드 인 재팬’을 만들기 위해 10월부터 일본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유커가 가는 곳은 마스크팩이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유커가 한국에도 많이 오지만 일본에도 많이 가는데 일본 내수시장보다는 중국인 고객을 위해 일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앤피코스메틱은 내년 기업공개(IPO)를 계획 중이다. 마스크팩 경쟁사인 리더스코스메틱은 이미 상장을 했고, 비슷한 매출 규모의 화장품 브랜드숍들도 최근 들어 잇따라 상장에 성공했다. 권 총괄대표는 회사를 상장하면 사단법인을 만들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권 총괄대표는 “내년 7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변수인데 최선을 다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며 “상장을 하게 되면 사단법인을 만들어서 이익의 일정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총괄대표는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기 전에 정부 출연 연구기관(한국동력자원연구소) 연구원(1991~1992)을 지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려대 지질학과 학·석사를 졸업했다. 모친이 설립한 왕생화학의 후신인 네슈라화장품에 1992년 입사하며 화장품업계에 뛰어들었다. 2009년 엘앤피코스메틱을 설립하기 전까지 코스피클럽, 코스라인 등을 창업하며 업력을 쌓았다. 내년 초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