億 없어도 ‘내집마련’ 경매에 길이 있다

by조선일보 기자
2007.04.17 08:49:01

신혼부부들 법원경매 ‘1억미만 주택’ 두드려보자

[조선일보 제공] 신혼인 김모(29)씨는 지난 1월 서울 금천구 시흥동 S빌라 16평형을 9163만원에 장만했다. 현 시가는 1억1200만원대여서 3개월 만에 2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리는 셈이다. 요새 같은 집값 침체기에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그 비결은 법원 경매. 경매에서 1회 유찰돼 감정가가 1억원으로 낮아진 이 물건을 9000만원대에 낙찰받은 것이다. 걸어서 버스정류장까지 5분 거리인 이 집은 방 3개에 도시가스 개별난방이고 주변 환경도 좋은 편이다


부동산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면 목돈이 있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수천만원의 자금이 있으면 주식시장은 몰라도 감히 부동산을 떠올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법원 경매시장에 나오는 전국의 물건 중 ‘감정가 1억원 미만’의 비중은 70%에 가깝다. 수도권에서도 절반쯤이 1억원 미만이다. 즉 수천만원의 자금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주택이나 부동산이 경매시장에는 널려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의 소형 아파트나 주거환경이 좋은 역세권 연립·다세대주택이 경매시장에서 최근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실수요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인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요즘처럼 불경기가 이어지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조건이 좋으면서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경매 물건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원 경매 부동산을 전략적으로 노려볼 만한 대표적인 수요층은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이다. 결혼 시즌을 맞은 예비부부들은 일반 아파트 전세금 규모의 ‘밑천’으로 경매를 통해 싸게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되는 청약가점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무자녀의 젊은 부부들도 ‘점수의 차별’이 없는 경매시장에서 내 집 마련의 전략을 짜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경매시장에서는 중대형 평형보다 중소형, 소액 물건의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이다. 경쟁률도 높아지고 낙찰가도 조금씩 반등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개발과 뉴타운 붐이 일면서 과거처럼 오로지 아파트만 오르는 추세가 꺾이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연립·다세대로 투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매에 나설 때는 일반 주택을 거래할 때에 비해 훨씬 더 꼼꼼해야 한다. 우선 경매 법원에 비치된 경매물건명세서 등을 통해 그 부동산에 걸려 있는 각종 권리를 분석해야 한다. 부동산의 ‘건강 진단 증명서’에 해당하는 등기부등본은 반드시 직접 떼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선순위 근저당 설정일과 임차인의 전입 신고일자를 비교해야 한다. 근저당 설정일보다 먼저 전입 신고된 임차인의 보증금은 낙찰자가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경매에 나서기 전에는 꼭 현장답사를 통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감정가는 전문회사가 산정한 가격이긴 하지만 감정과 첫 입찰까지는 시차가 벌어지고 유찰이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현 시세를 점검할 필요도 있다.

경매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입찰가를 지나치게 높게 쓸 위험이 있으므로 입찰에 참여하기 이전에 최고·최저 입찰가를 미리 정해두는 게 좋다. 아파트는 시세 파악이나 권리 분석이 쉬운 편이고 환금성도 보장된다는 게 장점이므로 초보자들이 접근해볼 만하다.

아파트 경매에 나설 때는 혹시 체납된 관리비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연립·다세대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수익률은 높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대지 지분이 큰 물건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