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호식 기자
2003.12.31 10:36:08
[edaily 박호식기자] 한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LG도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을 준비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지주회사인 (주)LG(003550)는 계열사들의 올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있다. 다른 그룹사들이 그룹 사장단 인사를 일괄적으로 발표하거나 내년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발표하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조용한 편이다.
이미 계열사별로 CEO를 비롯해 임원인사가 진행돼 30일 파워콤을 끝으로 대략 마무리됐지만 "언제 인사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LG의 동향은 LG카드 문제 처리에 묻혀 있다.
LG카드를 비롯 증권 등 금융계열사 처리가 대주주 책임과 얽혀 있어 당분간 LG 행보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LG는 내년에 전자와 화학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둔다는 경영방향이다.
이를 위해 그룹 핵심분야인 디지탈 디스플레이(PDP, LCD), 차세대 단말기, 2차전지 등 정보전자소재 등에 투자를 지속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전략적지역에 대한 경쟁력 강화로 수출확대, 고부가가치제품 비중 확대를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설비 및 R&D 투자비 7조4000억원(추정치)에서 10% 가량 증가한 8조원 이상을 내년에 투자하는 쪽으로 투자계획이 잡히고 있다.
LG는 그러나 당장은 현안이 되고 있는 LG카드 문제 처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지만 화살은 시위를 떠나 채권단 손에 완전히 넘어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동안 카드 채권단과의 이전 합의서에 따라 카드와 증권 등 금융업을 포기하고 지분을 양도키로 했고 개인대주주와 계열사들이 8000억원의 카드채권을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채권단의 카드처리문제가 혼선을 겪으면서 LG측의 준비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LG증권과 건설이 카드 또는 증권지분을 채권단에 매각위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했고 지주회사인 (주)LG도 카드 유동성 지원을 위해 3000억원의 채권을 매입키로 이사회 결의했다.
하지만 연말까지는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카드 인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카드에 대한 추가적인 손실보전이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시간을 벌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 공동관리" 등이 대안으로 나왔따.
이와 관련 LG는 금융업포기와 8000억원 카드 유동성 지원외 추가적인 책임분담을 요구받고 있다. 주요 골자는 채권매입 형태로 지원하려던 유동성 지원을 출자형태(상환우선주 등)로 변경하고 지원규모도 8000억원에서 950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카드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하지만 내놓을 수 있는게 한계가 있다는게 LG측의 곤혹스런 입장이다.
계열사들의 8000억원 유동성 지원도 해당 계열사들의 반발로, 금융계열사 계열분리 후 채권단 등의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동시에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이사회 등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마당에 채권매입을 출자로 변경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LG측의 주장이다.
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나 계열사가 금융회사에 출자하는게 금지돼 있고 이러한 이유로 계열사 이사회가 배임 등을 우려해 출자안을 통과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04년 초반, LG그룹내에서는 통신사업 향방도 관심의 초점이다. 현재 카드 등 금융계열사 문제로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가야할 길로 따지면 통신도 결코 순탄치 않다. 하나로통신 인수를 통해 통신약체의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뒤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장고를 해왔다.
일단 통신사업을 이끌어왔던 박운서 회장이 물러나고 정홍식 총괄사장을 데이콤 수장으로 선임했고 파워콤도 박종응 대표를 별도로 선임하면서 통신사업을 이끌어 갈 진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선후발사간 격차가 상당히 고착화된 상태에서 어떤 사업을 통해 극복해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카드 문제 등으로 그룹 자금운영에 불확실성이 많아 적절한 자금지원이 가능할 것인지 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정홍식 데이콤 신임 사장은 취임 후 일정기간 뒤에 사업전략을 밝힐 것이라며 말을 자제하고 있다. 대체로 파워콤망을 활용해 통신방송융합, LG텔레콤 등과의 유무선결합 등을 주요 골자로 전략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4월1일 기준 자산 58조원, 계열사 49개의 LG는 올해 LG전선 등 4개사와 LG산전을 계열 분리했고 증권, 카드, 투신, 선물 등을 계열분리할 예정이다.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자산은 54조원, 계열사는 41개로 줄어든다. LG는 LG칼텍스정유 등을 분리하는 또 한번의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 구축, 금융업포기 등 수많은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져온 LG가 전자와 화학중심의 알찬 그룹으로 다시 설 수 있을 지 2004년 한해 지켜볼 일이다. 1월5일 그룹 시무식에서 구본무 회장의 발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