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로봇이 온다[생활속산업이야기]

by노희준 기자
2024.11.30 09:00:00

47)고령농 증가, 농가 인구 감소 해결할 열쇠
韓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 52.6%
대동, CES2025 공개한 적 없는 농업용 로봇 선보일 것
농업용 로봇 검정 기준 마련 논의, 제도 마련 스타트

[대동 AI플랫폼사업부문장 나영중 전무] 공장이나 창고에서 운반로봇이 혼자 돌아다니며 적재물을 운반하는 모습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물류 업계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스마트 팩토리 체제의 핵심 요소인 무인운반로봇 수요가 폭증하면서 곳곳에 보급,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물며 일반 음식점에서도 이제 사람이 아닌 운반로봇이 서빙을 하는 시대다. 산업 전반은 물론 일상에도 녹아든 로봇, 농업 시장에서는 어떨까?

대동 자율운반로봇 (사진=대동)
글로벌 농업 시장에서는 로봇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농업용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사례도 다양하다. 미국 어드밴스드팜 테크놀로지스의 딸기 로봇 수확기는 24시간 딸기 밭을 이동하며 수확 작업을 수행한다. 또 카본로보틱스의 ‘레이저위더’는 비전과 인공지능(AI)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잡초와 작물을 식별해 레이저로 잡초를 제거한다.

일본 야스카와전기가 제작한 ‘모토맨’은 로봇 팔에 장착된 카메라 센서와 AI 시스템으로 오이의 발육 상태를 판단하고 수확까지 해낸다. 또 도쿄대 로봇·AI 연구팀으로 구성된 하베스트엑스는 식물공장에서 과일과 채소류의 완전 자동 재배를 목적으로 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로봇은 세계 최초로 딸기 수분에 성공했다.

농업용 로봇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카본로보틱스는 2023년까지 약 889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어드밴스드팜 테크놀로지스는 2021년 시리즈B 펀딩 라운드에서 약 35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일본 하베스트엑스는 올해까지 약 54억 원의 투자금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초 지능형 목화 토핑 로봇을 개발한 중국의 웨이얼커지도 최근 수십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농업용 로봇의 미래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대동 자율운반로봇 (사진=대동)
농업용 로봇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겪고 있는 고령농 증가, 농가 인구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농림수산성 발표 기준 2022년 농업 종사자 평균 연령은 68.4세, 전체의 70% 이상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52.6%, 특히 70세 이상은 전체의 36.7%인 76만 7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농업 현장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온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를 짓기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갈수록 증가하는 농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용 로봇의 보급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 대동은 농업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대동은 전북 김제에서 미래농업데이 행사를 열고 운반로봇을 직접 사용하고 있는 농장주의 시연을 진행했다. 운반로봇이 알아서 경로를 주행하고, 농장주를 추종하며 적재 작업을 돕는 장면이 펼쳐졌다. 시연을 마친 이 농장주는 운반로봇 덕에 세 명이 할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조작이 간편하고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덕에 여성이나 고령의 농업인들도 쉽게 운반로봇을 다루며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다. 이러한 농업용 운반로봇 보급이 본격화되면 현재 농가에서 겪고 있는 인건비 상승 문제나 고령화와 같은 여러 어려움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동 자율운반로봇 (사진=대동)
대동은 올해 11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손잡고 대동로보틱스를 설립하며 농용 및 산업용 AI 로봇사업의 본격화를 천명했다. 운반로봇 외에도 병해충 및 잡초 방제 등 다양한 농업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대동은 장기적으로 온 디바이스 AI 플랫폼을 탑재한 다목적 로봇을 출시해 농업의 작업 환경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또 내년 미국에서 열릴 CES 2025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는 농업용 로봇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은 농작물의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의 작업을 예측해 실행하는 로봇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반가운 소식도 들려온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최근 농업용 로봇 제도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개최한 것이다. 트랙터와 이앙기 위주였던 검정 체계를 확장해 농업용 로봇의 검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논의됐다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제도가 빨리 마련되면 농업 현장의 로봇화도 빨라진다.

대동 AI플랫폼사업부문장 나영중 전무 (이미지=김정훈 기자)